조제 혹은 조제가 되고 싶은 쿠미코의 벽장 속 시선집
처음은, 이 공간의 처음은 지난 2년 동안 여기저기 여행 기고를 썼던 기록을 이곳에 모아 남기고 싶다. 썼다,라는 기록은 글을 읽은 독자와 나만이 알기에, 공개된 지면이긴 하나 지극히 은밀하다는 아이러니를 이곳에 확장시키는 작업. 더 많은 '공유'가 목적 또는 욕망이다.
나는 원래 드라마 작가가 '꿈'이었다.
시대를 잘못 만나 참 덧없는 단어가 돼버린 꿈, 청춘, 낭만. 이런 것들을 입에 올리기 민망하지만 그래, 내겐 그런 꿈이 있었고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포기,라는 단어는 수없이 떠올렸지만 그런 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포기를 포기하는 게 쉬웠다. 의지, 실력, 체력 뭐 하나 따라 주는 것은 없었지만 해보고 싶다, 되어보고 싶다. 이런 열망은 기고를 쓰는 지난 2년 동안도 식지가 않았다. 어떤 형태의 글이든 쓰고 있다면, 쓴다며 그 화기가 약화되리라 믿었지만 아니었다. 그래. 그런 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포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부족함을 채울 시간을 넉넉하게 주기로, 보채지 않기로, 모든 환경을 '쓰고 싶다'에 맞춰 보기로 했다.
'기록' 때문에 기록이 필요했다. 글을 썼던 기록, 책을 읽었던 기록, 여행을 갔던 기록, 일상의 기록, 잔상의 기록, 상념의 기록 그런 기록들 말이다. 그 첫 번째가 아마도 지난 2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있었음을 '증명'해주는 기고들이 아닐까 싶다. 글쟁이가 글을 쓰지 않고 살았다는 건 더 이상 글쟁이가 아니니 발악하듯 나도 '글쟁이'입니다,라는 외침. 이런 것을 차곡차곡 쟁여놓을 곳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이런 사리사욕이 머물러도 되는 공간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따위의 시선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어 조심스럽지만 벽장 속에 들어가 조제를 상상하는 쿠미코처럼 내밀하고 섬세하지만 강단 있게 상상력을 좀 펼쳐보고 싶다. 알아주면 고맙고 혼자만 만족하는 글이 된다 해도 괜찮고. 여긴 오롯이 나를 위한 책이 가득한 조제의 벽장 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