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의 시선

조제 혹은 조제가 되고 싶은 쿠미코의 벽장 속 시선집

by kumiko
2014년 여름호에 실린 뉴욕 미술기행에 관한 기고

처음은, 이 공간의 처음은 지난 2년 동안 여기저기 여행 기고를 썼던 기록을 이곳에 모아 남기고 싶다. 썼다,라는 기록은 글을 읽은 독자와 나만이 알기에, 공개된 지면이긴 하나 지극히 은밀하다는 아이러니를 이곳에 확장시키는 작업. 더 많은 '공유'가 목적 또는 욕망이다.

나는 원래 드라마 작가가 '꿈'이었다.

시대를 잘못 만나 참 덧없는 단어가 돼버린 꿈, 청춘, 낭만. 이런 것들을 입에 올리기 민망하지만 그래, 내겐 그런 꿈이 있었고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포기,라는 단어는 수없이 떠올렸지만 그런 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포기를 포기하는 게 쉬웠다. 의지, 실력, 체력 뭐 하나 따라 주는 것은 없었지만 해보고 싶다, 되어보고 싶다. 이런 열망은 기고를 쓰는 지난 2년 동안도 식지가 않았다. 어떤 형태의 글이든 쓰고 있다면, 쓴다며 그 화기가 약화되리라 믿었지만 아니었다. 그래. 그런 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포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부족함을 채울 시간을 넉넉하게 주기로, 보채지 않기로, 모든 환경을 '쓰고 싶다'에 맞춰 보기로 했다.


2014년 made 가을호에 실린 뉴욕에 관한 짧은 글

'기록' 때문에 기록이 필요했다. 글을 썼던 기록, 책을 읽었던 기록, 여행을 갔던 기록, 일상의 기록, 잔상의 기록, 상념의 기록 그런 기록들 말이다. 그 첫 번째가 아마도 지난 2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있었음을 '증명'해주는 기고들이 아닐까 싶다. 글쟁이가 글을 쓰지 않고 살았다는 건 더 이상 글쟁이가 아니니 발악하듯 나도 '글쟁이'입니다,라는 외침. 이런 것을 차곡차곡 쟁여놓을 곳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이런 사리사욕이 머물러도 되는 공간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따위의 시선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어 조심스럽지만 벽장 속에 들어가 조제를 상상하는 쿠미코처럼 내밀하고 섬세하지만 강단 있게 상상력을 좀 펼쳐보고 싶다. 알아주면 고맙고 혼자만 만족하는 글이 된다 해도 괜찮고. 여긴 오롯이 나를 위한 책이 가득한 조제의 벽장 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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