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 우리 모두 경이롭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아요.
10년만에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내가 다시 학교에 다니는 게 잘 한 선택인지. 흔히들 시기에 맞는 일이 있다고 하는 말처럼. 다소 늦은 나이에 이래저래 내 사정에 맞지도 않으면서 괜히 다시 공부한다고 한 건 아닌지. 학기 도중 온갖 후회와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첫 학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물리학 스터디였다. 수업 하나가 여러 주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스터디를 하는 거였는데, 그 중에 물리학이 있었다. 평소 물리학에 관심은 있었지만 사실 공부를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물리학은 왠지 엄청 나게 똑똑한 과학 영재들만 다룰 수 있는 그런 과목이라고 할까. 사실 물리학 말고 다른 주제들을 선택해보려 했지만 다른 것들은 그닥 나의 관심사가 아니라 결국 이해를 하든 말든 이번 기회에 한번 맞서보자! 하고 나는 물리학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수천 억 개의 별 중 하나를 맴도는 작은 행성에 의탁해 빅뱅 이후 140억 년 쯤의 시점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은하는 우주 공간을 인간의 눈으로 직접 관측할 수 있는 범위로 한정하더라도 수천 억 개나 더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인간은 몹시 작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인간은 덧 없는 먼지 같은 존재일까? 어느 한 사람의 목숨이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인생을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이런 의문을 품지 않나 싶다. 나 또한 대체 왜 나는 태어났고 왜 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지 이런 의문과 함께 공허과 불안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었다. 물리학은 모든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를 연구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나의 의문들을 조금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해결 된다면 내가 앞으로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덜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의 끈을 잡고 싶어서 물리학을 공부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모든 존재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알다시피 물질을 쪼개고 쪼개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다. 그리고 원자의 구성을 보면 중앙에 핵이 있고, 그 주위에 바로 전자라는 것이 돌고 있다. 마치 우주의 태양계를 축소시킨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전자라는 것이 입자가 되기도, 파동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보는 행위 전까지는 확률만 존재할 뿐 전자의 위치나 형태 심지어 존재 유무자체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모든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져준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결국 우리의 상상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공간도 전자와 같은 물리적 물체다. 시공간도 파동처럼 흔들리면 다양한 형태로 중첩될 수 있다. 시공간이 중첩되면 한 입자가 공간에 널리 퍼질 수 있듯이, 과거와 미래의 차이도 흔들릴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요동이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특정한 순간에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것. 이러한 미결정성을 하나의 양과 다른 양과 상호작용할 때 해소된다. 오늘 날 양자역학에선 직선적인 시간 같은 건 사실 없다고 한다. 시간도 결국 우리 마음 속에 있다.이러한 시간의 특성은 세상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신비 일 것 같다.
사실 나는 물리학에 대해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고작 몇 달의 기간동안 공부했다고 말하기도 좀 민망하다. 그리고 내가 공부한 영역은 아주 아주 단편적인 부분일이고 이 마저도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이해라는 말 또한 무의미할 지 모른다. 우리가 보는 세상과 실제 세상의 관계에 대해서 온전히 알 수 가 없기에. 그렇지만 내가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고 관찰하고 실재라고 믿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살아가고 있다. 비록 그게 상상의 산물일지라도 적어도 지금 여기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왔고 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와 당신. 우리 자신에게 경이로움과 깊은 찬사를 바쳐도 마땅하지 않나 싶다. 그렇게 우리는 그 무엇보다 신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잊지 않았음 좋겠다.
나는 매 순간 시간에 쫓겨 사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무언갈 해내야하고 이뤄야하는데 근데 또 그렇다고 그렇게 흘러가지도 않았다. 중간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고 그렇게 계획대로 되는 일들이 없다고나 할까. 그렇다보니 나는 불안하고 불완전한 내 삶이, 나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그렇게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포기했던 적이 훨씬 더 많았다.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중간에 일이 발생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대도 실망도 없으니까. 이번에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면서도 의도치 않은 상황들이 발생했고 나는 그 상황 사이에서 어떻게 할지. 나의 선택이 잘 한 건지. 포기해야될지. 대체 나는 하는 일마다 엉망인지 등 이런 저런 무수한 고민들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어쩌면 나는 시간에 쫓긴 게 아니라 불안한 나 자신에 쫓겼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확실한 존재들로 가득찬 이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다만,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하며 살아가보자 한다. 그게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다른 어떤 선택보다 가장 올바른 최선의 길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