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거나 웃음거리로 삼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옳지 않은 행동이랍니다. 표준어를 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편의를 위한 것이지 표준어가 방언보다 뛰어나기 때문은 아니에요. 123쪽
지방에 살고 있으면서 내가 쓰는 말에 사투리를 감출 때가 더 많다. 말을 하면서 사투리를 쓰는 것에 스스로 너그럽지 않았기 때문인데, 은연중에 표준어에 가깝게 쓰면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대화하다 사투리가 심해 말을 알아먹지 못한 경우에는 속으로 답답하다 여겼다. 그동안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도 오래된 친구나, 엄마와 대화 할 때는 사투리가 자연스레 나온다. 말에 숨겨있는 마음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마치 혼자만의 비밀처럼 드러내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여러분은 앞으로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때로는 억지로, 때로는 스스로 원해서 배우겠지요. 그리고 다른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여러분의 세계는 더욱 커질 거예요. 109쪽
영어에 목매는 우리나라 실정을 보면서 난감할 때가 많다. 학창시절 아무 생각 없이 외웠던 영어 단어들, 영어를 아주 조금 알고 우쭐했던 기억들, 결국 영어를 잘하지 못한 현재에도, 영어를 잘 하면 편한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듯 영어를 잘 익히면 나의 ‘세계는 더욱 커질 거’라는 데서 오는 막연함이었다. 그 생각의 바탕에는 ‘영어를 잘하면 직업을 얻거나 성공을 하는 데 유리하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학이나 이민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나도 속해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영어가 너무 강조되다 보니 자꾸 영어를 대입하게 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언어의 역할과 언어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었던 지난 역사를 아예 잊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어린이에게 가르칠 언어를 결정하는 것은 아주 중대한 정치적 행위’라는 숨어있던 의도도, 인디언 부족만 쓰는 자파로 어가 사라지면 ‘아마존 한 구석의 식물과 동물에 대한 지식이 모조리 사라지고, 자파라 인디언 부족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 온 생활의 지혜도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인지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 결국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고 나자 모국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표현하는 것에는 표정과, 몸짓, 행동도 있지만 나의 감정을 전달하고 생각을 드러내는 말이 사라지거나 무시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슬퍼졌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고 있기에 ‘무턱대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잃고 만’다고 했다. ‘한국어를 주의 깊게 살펴봄으로써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깨닫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배우는 다른 언어가 즐거울 리 없다. 나도 그러했고, 여전히 강대국의 그늘에 가려 언어의 습득이 강요되는 현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목적이 바탕이 된다면 훨씬 더 즐겁고 폭넓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언어에 대한 다양한 정보에 관한 책임에도, 자꾸 이렇게 언어습득 쪽으로 가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나보다. 하지만 다른 언어를 배우기 전에 앞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길’인 내가 쓰는 언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언어를 지키는 일이고, 폭 넓은 세계를 경험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