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가 쓴 책과 <안네의 일기> 속편이 있나요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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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 없이 그저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게 된 책이 좋아질 때면, 책을 읽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 책 역시 그러했고 예상치 못한 행복이 찾아온 듯 푹 빠져 들어 한참을 웃다, 황당해 하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는지 의심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작은 책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은 책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을 차지하고라도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제인 에어’가 쓴 책과 <안네의 일기> 속편이 있냐고 묻고, 제목을 정정해 주어도 자신이 태어난 해와 똑같아 정확히 기억한다며 <1986>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실수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뒤로 갈수록 맘껏 웃을 수 없다는 사실에 조금씩 난감해졌다.


그런 생각이 점점 짙어진 건 서점에 전화나 방문을 해 항의를 하는 건지 괴롭히는 건지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손님들 때문이었다. 무려 캐나다에서 전화를 걸어와 동화책 때문에 자기 딸이 악몽을 꾼다며 판매 중지를 요청하거나 책을 주문하고 몽땅 복사한 후 반품해서 서점에서 항의하자 자신이 예언자라며 종교 팸플릿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질서와 상식이 필요하지만 늘 그 기준이란 게 모호하다는 걸 느끼고 어려워 할 때가 많다. 서점에서 만난 다양한 손님들을 보며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가도 그런 기준이 다른 것인지, 이기적인 것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즐겁고 독특하다는 사실에 매료되었으면서도 사연이 심각해질 때마다 왜 서점에서 이런 요구들을 해대는 것인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뒷부분에 다른 서점의 이야기도 실려 있지만 독특한 손님을 대하는 저자를 보면 책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주려 할 때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그래서 이런 손님들을 만날 때마다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했다. 이상한 질문과 요구를 하는 손님들을 최대한 정중하게 대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그 이상은 없다. 개인적인 설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 이후 상황을 독자가 모두 받아들여야 하니 마치 내가 서점 직원이 되어 그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책을 읽어갈수록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뭐,’ 싶다가도 어느새 피로해지고, 왜 서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듯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런 시간을 견디고 버티고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보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책이라는 방패막이 존재하는 서점이라는 공간 때문이 아니었을까? 반대로 책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저자 또한 그런 마음이 들었을 거라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서점이라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오는 곳이 아님을 제대로 느꼈다고나 할까? 종종 책 속을 통해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도, 종종 너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 이 책을 통해(자꾸 책을 언급할수록 ‘책’이라는 아이러니에 갇히니 서둘러 이 책 속에서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응? 이게 무슨 말이지?) 책 밖의 세상을 제대로 경험한 기분이 든다. 역시나 책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한 권의 책으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내가 서점 직원이라면 이런 손님들은 자주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이 시간에도 다양한 손님으로부터 꿋꿋하게 서점을 지키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존경을 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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