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은 스마트폰이 공짜로 빼앗아간다.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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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은 애플과 삼성이 만든 스마트폰이 공짜로 빼앗아간다. 게다가 돈도 우리가 낸다. 또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창을 통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가 침투해 또 우리의 시간을 빼앗고 메시지가 오지 않는 시간에는 게임회사가 나타나 우리의 주의를 독점한다. (12쪽)


그런데 이 앙증맞은 전자제품이 책과 신문, 잡지, 눈앞에 앉아 있는 친구 등이 사이좋게 나누어 갖던 시간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카페에 모인 친구 넷이 말없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은 이제 세계 어디에서나 목격되는 풍경이다. (14~16쪽)

3년 반 전에 구입한 아이폰을 바꾸고 싶어 계속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다 순간 핸드폰을 손에서 놨다. 충동적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2년 동안 빚쟁이도, 상술에 현혹되기 싫었다. 이런 절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핸드폰의 용량도 더 커지고 좋아지면 지금보다 더 시간을 뺏길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과 종속성은 종종 섬뜩하게 다가온다.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편하게 외출했다가 전원이 나가버릴 때의 그 당혹감. 나의 많은 것을 증명해주던 편리했던 기능들이 마치 내가 로그아웃 되는 듯한 경험을 하고 나서는 너무 많은 것을 의지하지 말자 싶었다.


저자의 산문 3부작의 마지막으로『보다』를 읽으면서 초반에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갖는, 본다는 것의 기본적인 의미를 인식의 흐름까지 바꿔놓는 현상을 되짚어보게 된 셈인데, 이 책에는 영화 이야기가 대부분임에도 본다는 의미를 다양하게 확장시켜주고 있었다.


얼마 전 물건을 찾으려 잡동사니를 모아둔 박스를 뒤지다 작은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수첩을 열어보니 오래전에 내가 본 영화목록이 기록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영화관보다 비디오대여점에서 빌려보던 게 익숙해서 지금에 비하면 꽤 많은 양의 영화를 봤다는 사실이 낯설 정도였다. 목록을 훑어보니 어떠한 영화를 봐야겠다는 의지보다는 그냥 내키는 대로, 궁금한 대로, 막무가내였음이 드러나 과거를 추억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들이 모두 궁금했다. 나에게 생소한 영화가 대부분이었고, 이미 본 영화라도 저자가 들려주면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왔다. 단순하게 영화의 내용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경험과 생각, 사회현상,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풍요로웠다. 제목은『보다』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아우르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영상들이 그려졌다 사라짐을 반복했다.

지금은 책을 가장 좋아하지만 한 때는 책보다 음악을, 영화를 더 좋아하고 본 적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 세 가지가 완전히 구분되지 않고 연결되는 것은 머릿속에, 혹은 기억과 감정 속에 그려지는 각각의 그림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그 세 가지가 활발하게 교류를 하지는 않지만 한 번쯤 그 과정을 거쳐본 경험 때문인지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본다는 의미의 확장.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것에서 뿐만이 아닌 이면을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까지 모두 경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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