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살기 좋은 곳은 생각할 필요 없이 내가 태어난 곳이 좋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위로 받기엔 바람이 부는 날이 좋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떠나고 싶었던 고향이 가장 좋은 곳임을, 비오기 직전의 바람이 가장 시원하고 향긋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저 문장을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을 읽을 무렵에 나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나의 바람대로 고향에 와 있었다. 고향을 떠나고 나서야 고향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고향에서 맡는 바람의 냄새가 더 편안하고 달콤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20대 중반에는 여행서를 무척 좋아했다. 무작정 떠날 수 없는 현실 앞에 나에게 그나마 위로를 주었던 책들이 타인이 경험한 여행서였다. 그런 책을 읽고 나면 열병을 앓듯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몸서리 쳤는데 지금은 그때처럼 무작정 여행을 갈망하지는 않는다. 돌아올 곳이 있을 때 여행이 즐겁고 보람차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갔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고 보니 나의 분신인양 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고 불안하다. 아이를 다 키운 다음이면 모를까 앞으로의 여행은 항상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과 동행할 때에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혼자 하는 여행이 매력 없고 돌아올 곳을 정해놓지 않은 여행이 의미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나에게 닥친 변화에 따라 여행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말이지 떠남에 대한 나의 생각은 늘 긍정이다. 돌아올 곳이 늘 지겨워하는 일상이어도 한번 떠났다 오면 새로움을 느낀다. 내게 주어진 것에 소중함을 느끼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 어쩌면 이 책에서도 그 순간들을 소소하게 기록하고 있었기에 바람에 내 몸을 맡기듯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 그간 인연을 맺었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듯, 여행길에 만난 것들의 이야기 혹은 자신에게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내려놓는 시간. 그것이 여행의 묘미며 타인의 여행을 들여다보는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