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돼지야.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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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이런 내용인 줄은 몰랐다. 그리고 우리 집은 약간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아 계면쩍어졌다. 집안 청소는 남편 담당이고(내가 깔끔하게 하지 못한 것도 있고, 청소는 남편이 더 잘한다), 빨래도 나보다 더 잘 개키고, 설거지도 잘한다. 게으르고 손이 야물지 못한 나 때문에 남편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편인데, 퇴근하면 집으로 다시 출근 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남편 입에서 나올 때면 좀 미안해진다. 하지만 오로지 밥만 달라고 외치는 남편과 두 아이들 틈에서 일도 하면서 집안일을 혼자서 다 하다 견디다 못해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쪽지만 남기고 집을 나간 엄마의 행동에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집안일을 나보다 잘하는 남편은 유독 밥에 예민하다. 논술 수업이 꽉 차 있는 토요일에 틈틈이 밥까지 해야 할 때면 수업보다 밥을 하는 게 더 힘들 때가 많아 지치곤 한다. 더울 때도 불 앞에서 밥을 해야 하고, 아침을 먹으면서도 다음 끼니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왜 인간은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하는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대답 없는 질문을 되뇌곤 한다. 그럴 때 종종 지겹다는 푸념이 튀어나오지만 밥이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또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엄마도 일을 하는데 집안일을 모두 혼자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쪽지를 남기고 사라진 엄마의 심정이 아주 조금은 공감이 갔다.

그 쪽지를 발견한 순간부터 가족들은 정말 돼지처럼 변해간다. 쪽지를 받아든 손이 돼지 손처럼 보이더니 아빠와 두 아들 모두 돼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스스로 밥을 해 먹지만 끔찍했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굶지는 않았지만 옷은 더러워지고 설거지를 하지 않아 집도 점점 돼지우리처럼 변해간다. 집에 걸려 있는 사진도, 벽지도 모든 게 돼지의 그림이 되어가고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어갈 즈음(창밖의 달이 변하는 모습으로 추측건대 보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엄마가 돌아왔다. 가족들은 ‘제발, 돌아와 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엄마는 집에 있기로 한다.


그리고 가족들은 달라졌다. 남편은 설거지와 다림질을 하고, 아이들은 침대 정리를 한다. 그리고 요리하는 것을 돕다 보니 즐겁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리곤 책 표지와는 달리 남편과 아이들을 업고 표정이 어두웠던 엄마는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 엄마는 자동차 수리를 하고, 그것이 엄마 일이었음을, 그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극단적인 방법이긴 했지만 엄마가 없었을 때 소중함을 알고 엄마를 배려하는 것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행복임을 절실히 보여준 것 같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멋진 집과 멋진 정원과 자동차가 있지만 가족이 함께 집안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때 그게 진정한 행복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결국 행복에는 정답이 없고 함께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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