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줌마 소리를 듣는구나!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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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누군가 날 "아주머니!" 하고 부를 때면 익숙지 않아 주변을 둘러봅니다.

장영희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중


오랜만에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카트는 남편이 끌고 나만 덩그러니 유제품 코너에서 떠먹는 요구르트를 고르고 있었다.


'이건 10개에 4,650원, 이건 11개에 4,460원. 오오, 이게 더 싸네!'


이런 혼잣말을 하면서 열심히 고르고 있는데 내 뒤로 아이들 두명이 뛰어오면서 물건이 잔뜩 실린 카트를 보며 소리쳤다.


"우리 엄마 카트다! 이거 우리 엄마 꺼 맞지?"


열심히 혼잣말 하고 있던 내가 잠시 뒤돌아보자 남자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이거 아줌마 카트에요?"

"(아, 아줌마... ㅜㅜ) 아니. 내 카드 아닌데?"

"거봐, 우리 엄마 카트 맞잖아! 엄마~"


만화라면 딱 이런 모습이 그려졌을 것이다. 떠먹는 요구르트 꾸러미를 양손에 들고 고개를 숙이자 뒤통수로 하염없이 빗금이 섞인 땀이 흐르는 모습.


이젠 나도 아줌마 소리를 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나이구나. 흑. 그런데 어제 나의 모습이 좀 심하긴 했다. 세수도 안했고, 이틀 전에 감은 머리는 질끈 말아서 마트에 갔었다. 내 모습을 보고 그런 건지 아니면 자조적인 혼잣말인지 남편이 운전하면서 "결혼하니까 꾸미기도 귀찮다."란 말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아줌마. 분명 결혼 전에 들었으면 "나 아줌마 아니거든?"이라고 했을 텐데, 이젠 변명도 못하게 됐다. 그래 나 아줌마 맞아. 몇 백원에 희비가 엇갈리며 열심히 물건 고르는 아줌마. 근데 뭐 썩 듣기 나쁜 소리는 아니다. 아줌마.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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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도착했다. 주문한 책상은 소식이 없어서 덩그러니 거실에 의자만 세워두니 뭔가 많이 허전하다. 남편이 바퀴 달린 의자를 원해서 큰맘 먹고 사주었는데 앉아보니 의외로 편하다.


오오. 나도 의자를 하나 더 사야하나?

떠먹는 요구르트 몇 백원에 벌벌 떨면서 이렇게 비싼 의자는 턱하니 사는구나.

아줌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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