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건 내가 한 일들이 아니다
6년 만에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이사를 가게 되었다. 4개월의 기다림 끝에 현재보다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4개월의 기다림이 무색하게 집 계약, 다음 세입자 구하기, 이사 날짜까지 단 일주일 만에 정해졌다. 일주일 동안 그 일들을 해치우면서 느낀 게 있다. 이사가 이렇게 피곤한 일이었나? 6년 만의 이사라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 더 했다간 완전 예민덩어리가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매일매일이 다이내믹하다. 하루하루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온통 결정해야 할 것들 투성이지만 그냥 되는대로 해치우고 있다. 오늘은 큰 아이 어린이집을 등록했다. 현재 다니는 병설유치원이 너무 좋은데 이사 갈 동네에서 여기까지 통학시키기엔 무리다. 차량도 안 되고, 차도 없고, 버스도 자주 없어 거의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둘째 등하원에 맞춰 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지인에게 말했더니 친구가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에 7세반 자리가 있다고 해서 상담하다 그냥 그곳으로 결정했다(둘째와 같이 보낼 요량으로 문의를 한 번 했는데 역시나 거긴 빈자리가 없었다). 큰 아이 유치원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 모든 일이 불과 30분 만에 진행됐다. 당장 내일 병설유치원 입학인데, 아침에 양해 전화를 드려야겠다. 민폐지만 어쩔 수가 없다. 유치원을 다니다 옮기는 것보다 새 학기부터 새 친구들을 만나는 게 나을 것 같다. 하, 무언가 결정하고 선택을 받아들이는 건 너무 어렵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였다. 포장이사 견적을 오늘 받았는데 50만원이 초과됐다. 책 때문이다. 약 4천권이 되는 책이 없으면 보통 포장이사 비용에 되는데, 우리 집은 최소 5명이 작업을 해야 하고, 책 담는 바구니만 80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5톤 트럭은 기본으로 오고, 그 외에 다른 차량이 두 대 더 와야 한단다. 하아, 여러 군데 알아보고 결정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인데 너무 가격이 많이 나와서 내일 다시 전화를 주기로 하고 다른 곳에 의뢰를 해 놨다. 내일 아침에 견적을 내러 오기로 했으니 상담해보고 결정해야겠다.
이사 갈 집을 계약한 순간부터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런 저런 고민들이 많아 잠을 설치고 2시가 넘어야 잠이 든다. 수면 부족으로 하루가 멍하면서도 편하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신경성으로 느끼고 있다. 어서 이사를 가서 정리하고 내 컨디션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책 관련된 일들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거의 못하고 있다. 2주 동안 내가 얼마나 걱정을 사서하는 성격인지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좀 더 담대해졌으면!
4개월의 기다림 끝에 이사를 가게 되었지만 집 계약을 하고 부터 내 생각대로 되는 게 없어 좌절했다. 하지만 현재 이 모든 게 결정될 수 있게 물꼬를 터 준건 엄마였다. 마치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 갑자기 전화한 엄마는 예상치 못한 도움을 주었고, 그게 해결되자 5명이나 보고 간 집이 단 하루 만에 나갔다. 이상하게도 나처럼 4개월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빈집을 찾고 있었던 분이 내가 관리사무소에 전화번호를 남기자마자 전화를 걸어 왔다. 계속 전화해도 빈집이 없었다는데 내가 집을 내 놓은 날마침 전화를 하셨단다. 그리고 우리 집을 한 번 보고는 바로 계약을 했다. 그래서 이 모든 일들이 일주일 만에 해결될 수 있었다. 이 모든 건 엄마의 기도와 응원, 도움 때문이었다. 엄마의 전화를 받은 날 펑펑 울고 말았지만 내가 더 잘 되려고 이사 가는 거니 너무 걱정 말라고 안심 시켰다. 그건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인지도 몰랐다.
알 수 없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임을 느낀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그 상황에 뛰어들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되돌릴 수도 없지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최선이었다고 여기기로 했다. 이제 잠들 시간이다. 내일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으니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잠을 청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