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 인생을 사는 느낌이 들지 않아

마스다 미리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by 안녕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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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건 생각보다 더 시시한 건 아닐까? 5쪽


수짱처럼 나도 올해 마흔이 되었다.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내가 마흔이 되었다는 것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부형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저 행동이나 말에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뿐, 하루 종일 내 생각을 가장 많이 하면서 정작 내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반대로 너무 내 생각만 하다 보니 내 상태가 어떤지 객관화 시키지 못하고 있거나.


왜일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 인생을 사는 느낌이 들지 않아. 19쪽


독신인 수짱도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독신이라면 더 많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자유와 인생의 진솔함은 다른 종류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책임감도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내가 ‘나’라는 사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건 누구나 어렵다고 말이다. 삶의 주인은 ‘나’인데도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의 어려움, 방향에 대한 고민, 타이밍, 결단력 등등 내가 가고 싶은 대로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다는 기분이 든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면 편해질까, 생각했었지만 편해지지도 않았고, 고민도 불안도 아닌 무언가가 내 등 뒤에 달라붙어 있는 기분입니다. 49쪽


어쩜 이렇게 적확한지! 걱정이란 건 꼭 이랬다. 무언가로 채워지지 않는 고민은 결국 자괴감으로 번지고 말지만 수짱이 일상에서 저런 의문을 갖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어쩌면 살아 있다는 건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집 조리사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수짱을 보고 있으면 나의 현재 위치에 대해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수짱도 그랬다. 마흔이라는 나이 앞에 아이를 낳는 건 거의 포기하면서도, 연애를 기대하고 설레 하면서 때론 이성에게 직진으로 다가가는 것.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 자잘한 고민들에 공감이 갔다. 그래서 다시 만난 쓰치다 씨와 잘되었으면 싶었는데,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려 의아하면서도 마음이 그런 소리를 내었다면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다.


살아간다는 건 새로운 내일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구나, 깨닫게 돼. 추억을 반복하고 반복해서 더듬어보는 것도 그 사람에게는 소중한 일이기도 하니까. 170쪽


수짱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경청 자원 봉사를 하면서 깨달은 점을 말할 때 눈물이 날 뻔 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육아에 내 존재가 희미해져 갈 때, 자꾸 과거를 곱씹는 내가 별 볼일 없어보여서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종종 과거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했다. 과거를 반추하는 건 선택에 대한 후회뿐이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을 되짚어 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모습이든 그저 ‘나’라는 사실이 안심되어서 고마웠다. 이 책이 내게 이렇게 엄청난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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