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도 언젠가 시스템을 껐다 켤 수 있기를.
컴퓨터가 느려지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있다.
창을 닫고,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그래도 안 되면 결국 전원을 끈다.
그리고 다시 켠다.
재부팅.
우리 복지관도 마찬가지다.
회의는 무한 루프,
보고는 버퍼링,
소통은 끊기고,
직원들은 방전된 상태.
이쯤 되면 사실 가장 필요한 건
새로운 계획도, 더 많은 예산도 아니다.
그냥… 껐다 켜는 것.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불필요한 회의는 닫고,
책상 위 잡동사니 업무는 정리하고,
끊긴 회로는 다시 연결해서,
새로운 화면으로 켜지는 것.
물론 현실은 쉽지 않다.
복지관에는 전원 버튼도, 리셋 버튼도 없다.
그래서 오늘도 같은 프로그램이 켜져 있고,
같은 오류가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꿈꾼다.
언젠가 이 복지관이 재부팅되는 날을.
깨끗한 화면에 “새로운 시작”
이라는 문구가 뜨는 그 순간을.
그때까지 나는 여전히 여기서 버틴다.
로딩 중인 창 앞에 앉아, 고장 난 시스템 속에서.
언젠가 진짜 재부팅을 누를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