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 때 드러나는, 사람의 본성

바람아, 언제든 불어라.

by 히로

시편 1편에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도다’란 표현이 나온다. 악인과 죄인의 모습을 ‘바람에 날리는 겨’에 비유하는데 ‘겨’는 알곡의 껍데기를 말한다.

겉으로 볼 때는 ‘겨’도 곡식(알곡)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알맹이 즉 생명이 없다. 이들의 실체는 공기 중에 흩을 때, 혹은 바람이 불 때 드러난다. 속이 비어 있으니 무게도 없고, 단단히 붙잡아 주는 생명이 없으니 먼지처럼 허무하게 흩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 시편의 구절은 마음에 안정이 없을 때 특히 떠오르는 말씀이다. 최근 둘째가 인간관계의 풍파로 얼굴이 새카매졌을 때도 이 구절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나 사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겨’와 같았다.

첫 단독 저서를 출간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다. 지인들의 메시지와 전화 연락 등을 받긴 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거의 전무했다. (성의 없는 리뷰 몇 개) ‘종교’ 관련 책이고 누가 그렇게 묵상에 관한 책에 끌리겠나 싶어 기대치가 높지 않았는데도, 내 생각은 점점 더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내 생각은 바람 부는 대로 여기저기 떠돌았고, 마음은 뚝 떨어졌다. 속 반응에서 나의 옛사람이 보였다.

인정 욕구, 결핍(열등감), 즉 자기 사랑.

내 글의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갔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나의 마음, 아이들 안에 흐르고 있는 주님의 은혜, 앞으로의 인도하심에 대한 소망.

이것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주님은 나에게 가장 합당한 일들을 펼치신다. 어지간해서는 터치되지 않는 깊은 속 옛사람은 이 과정 안에서 빛 비춤을 받는다. 그리고 그 빛은 나의 존재를 새롭게 한다.


곽해룡 시인의 <바람개비>란 동시가 있다.

나는 바람개비

바람이 등 떠미는 데로 가지 않을래


나는 바람개비

풍선처럼

갈 곳 모르고

둥둥 떠다니는 건 싫어


빙글빙글 나는 바람개비

어지러워 뱅뱅 제자리 맴돌지라도

저 바람 재우고

내 갈 길 가고 말 테야


풍선과 바람개비는 똑같이 바람의 영향 아래 있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 풍선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고, 바람개비는 날개만 뱅뱅 돌아가기만 할 뿐, 바닥에 두 다리 딱 붙이고 서 있다. 언제든지 바람은 불겠지만 바람개비는 중심을 지킬 줄 안다. ‘바람개비’의 중심을 되찾고 나니, 나의 책도 소중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 소중한 마음으로 읽어줄 몇몇 분들이 떠올랐다. 연락처를 물어, 나의 책을 택배로 보내드렸다.


여전히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갖가지 이유로 낙심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또, 있어야 할 곳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바람아. 언제든 불어라!!!



빅터 프랭클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어도,
한 가지는 남는다.
바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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