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길을 응원해
학교 출근하는 길에 둘째의 전화를 받았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전화이다. 그저께부터 눈이 퉁퉁 부어있는데, 이유는 친구와의 갈등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고, 오늘 하루 잘 견디고 오라고, 같이 기도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너도 이제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지. 독수리가 새끼새를 사랑하지만, 혼자 힘으로 날게 하기 위해 절벽에서 놓아주는 것처럼 나도 뒤에서 아이들의 길을 응원해 주는 수밖에 없다. 그럴 나이이다.
그래도 기도하며 운전을 했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세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단톡방에 전송을 했다. 챗 gpt에 ‘독수리가 아기새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것과 비슷한 예’를 찾아달라고 물었다.
다음은 gpt의 대답.
대나무의 뿌리 분리
대나무는 땅속에서 뿌리를 길게 뻗으며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냅니다.
처음엔 하나였지만 결국 각자의 자리에서 곧게 서게 됩니다.
→ 연결되어 있지만, 결국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
‘결국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란 문구가 확 와닿는다. 어린아이들의 마음은 단단하지 못하다. 방황하고, 흔들리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그러나 성장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그 토양과 뿌리는 ‘가치관’이라 명할 수 있겠다. 그 가치관대로 사람은 결국 각자의 자리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뿌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걸까. 하나님이 기운 내라고 예비하신 특별 선물일까. 두 아이가 자정쯤 나에게 각각의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놀랍게도 ‘성경 말씀’이다.
[둘째가 보내 준 말씀]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립보서 4장 6–7절)
[첫째가 보내 준 말씀]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요한복음 16:33)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마태복음 28:20)
새벽녘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불안하고 심란한 마음에 잠이 안 왔으려나. 성경을 읽는 애들이 아닌데, sns에서 우연히 본 말씀이 맘에 와닿았던 걸까. 어찌 됐든 아이들이 내게 보내온 메시지는 내게 큰 힘이 된다. 아이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말씀에 뿌리내리고 믿음으로 자라는 것, 어려운 일을 당할 때도 먼저 주님께 나아가고 기도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봐라. 얘네 잘 뻗어가고 있지? 더 힘을 내!’ 그런 격려의 증거로 이 날을 기억하고 싶다.
wood wide web
숲 속 나무들은 뿌리와 균류로 연결되어 서로 소통한다. 나무뿌리와 균류(곰팡이)가 연결되어 위험신호도 주고받고, 자신의 영양분을 약한 나무에게 보내어 서로 살리고 돕는다. 어떤 책에서 숲에는 ‘어머니 나무’가 있다는 걸 본 적이 있다. 숲의 가장 오래되고 건강한 나무는 자신 주변의 나무들에게 뿌리를 통해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숲은 사랑의 공동체,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생명의 공동체인 셈이다.
‘대나무 밭, 대나무 숲’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군집을 이루는 대나무들의 특징 때문이다. 우리 집 주차장 경사면 높은 곳에도 대나무가 여러 개 자라고 있다. 나무를 심을 수 없는 곳인데, 옆 집에서 심은 대나무가 뿌리를 통해 번식하여 우리 집까지 대나무들이 내려온 것이다. 이렇듯 나무는 자리 자리에서 곧게 자라면서도, 보이지 않는 땅의 영역에서는 뿌리를 통해 생명을 풍성히 나눈다.
우리는 각자의 생명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는 생명이다. 부모는 ‘어머니 나무’로서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아이들이 뿌리내릴 토양에 단단히 자리 잡기를 도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든 아이들이 가정뿐만 아니라 친구, 동료, 사회라는 또 다른 wood wide web 공동체를 만나 이 땅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건강한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로 성장하기를 기도해주어야 한다.
딸아, 너의 어려움은 또 지나갈 거야.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웃으며 지난날을 얘기하게 될 거야. 엄마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네 속의 중요한 일들을 묵묵히 응원할게.
go,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