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링크의 탄생부터 회사다운 회사가 되기까지
몇 달 전, 파트너사 직원 분의 추천으로 '칵테일 프로젝트'라는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모여 사이드 프로젝트 관련 모임을 진행하는 자리였는데, 항상 우수한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찾고 있는 저희 사정을 생각해서 좋은 분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세미나에선 개발자와 디자이너 분들이 모여서, 각자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더 나아가 함께할 동료까지 찾는 분위기였습니다. 초대해 주신 덕에 저희 서비스 초장기 개발 등을 담당해주셨던 외주사 분들도 만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 나중에 가보세요.... 링크: https://www.onoffmix.com/event/191164)
클링크도 저와 수지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기 때문에 사업을 준비하던 초창기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다만 그곳에 모인 분들과 다른 점은 저희 둘은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니라는 사실이겠죠. 디자이너와 개발자(특히 개발자) 분들은 아무래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MVP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사이드 프로젝트 참여가 가능해 보였습니다. 특히나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순수하게 본인의 발전과 흥미를 위해 시작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도 아닐뿐더러, 과거 IT 회사 경험은 전무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이긴 했지만, 클링크를 시작하게 된 첫 이유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순수하게 성공을 향한 저의 개인적 욕망이 시발점이었죠. 심지어 공동 창업을 하게 된 수지 이사는 창업을 할 동기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과거 홍보대행사 시절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몸과 맘이 많이 망가진 상태에서 잠깐 회사를 그만두고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에 저에게 영입(?)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홍보 대행사 출신으로 실제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무를 경험해본 수지와 B2B 서비스로 네트워크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에 다녔던 저희 둘이 합치면 좋은 시너지와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시작하게 된 것이죠.
사이드 프로젝트
저희 팀은 실행력은 좋긴 했는데, 실행할 능력은 없었습니다. 누구도 개발을 해본 경험도, 프로젝트에 참여해 본 경험조차 없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초창기 저희 둘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정부지원사업 서류 작성이 전부였습니다. 정부 지원금으로 최대 1억원까지 받으면, 이 정도 플랫폼은 뚝딱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죠.
청년창업사관학교 최종 면접까지 갔다는 사실이 오히려 저희에게 더 큰 오산을 주었습니다. 최종 선정이 된 것도 아니고, 면접에 갔다는 사실만으로 저희는 사업성을 인정받았다고 착각하게 된 거죠. 그때부터 수차례 지원사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하게 되었고, 사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던 저는 사비를 들여서라도 서비스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생겼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집니다. 저도 실제 직장을 다니면서, 동네 술집 투자 검토부터 글로벌 커머스몰 오픈까지 진행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모두 흐지부지 되었지만, 클링크 만은 신기하게도 살아남았죠. 개발팀을 구하는 과정에서부터 관련 산업 리서치, 서비스 기획, 인플루언서 섭외, 사업 전략 + 정부 지원사업 지원까지 하면서 4-5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를 이미 오픈한 팀도 있었고, 예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팀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경쟁사가 있다는 것이 위협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역으로 그만큼 시장이 성장하고 검증되었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있다고 펩시가 망하냐!'라는 마인드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815콜라도 있는데 말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 프로젝트로 변하게 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1)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 프로젝트보다 더 큰 수입을 줄 때, 또는 2) 사이드 프로젝트로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업무의 양이 늘어냈을 때.
아쉽게도 저희 팀은 (2)번의 사례였습니다. 매일 회사에 출근한 저는 6시에 칼퇴를 하기 위해 회사에서 거의 쉴 틈 없이 일했고, 6시부터는 동교동에 위치한 수지의 신혼집에서 2-3시간씩 서비스 기획을 했습니다. 기획 경험이 없었기에 시간도 오래 걸렸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검증할 시간도 없었죠. 그땐 왜 그렇게 맘이 급했는지 모르겠는데, 서비스만 나오면 정말 제가 떼돈을... 벌 줄 알았습니다. (창업자 분들 다들 그러시죠..ㅎㅎ..)
사이드 프로젝트의 우수 사례 구닥: https://platum.kr/archives/86743 (1번의 사례인데도, 계속 사이드로 작업을 하신 대단한 분들)
어쩌다 보니, SBA 예비창업자 과정에 최종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어 서울창업허브에 둥지를 트게 되고, 조금씩이었지만 고객도 생기면서 저는 2018년 5월 자연스럽게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회사의 본래 업무량도 상당했는데, 일주일에 4일을 매일같이 야근을 하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는 걸 느낄 수도 있었고요.
본 프로젝트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몇 가지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저와 수지, 그리고 초기 멤버로 합류한 따뚜님 사이에는 사업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떻게든 사업을 키우고자 하는 열정만 가득한 상황이었고, 수지님은 얼떨결에 합류하여 타의에 의해 '열정쟁이'가 되어야 했습니다. 따뚜님의 경우도 퇴사 후 노느니 알바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상황이다 보니, 우리 팀은 다른 창업팀들처럼 대단한 비전이나 목표 없이 그저 표류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팀은 꽤 빠르게 회사로서의 모습을 갖춰나갔습니다. 저희 세 명의 팀이 중간에 깨질 위기도 있었고, 직원을 들였다 내보내는 과정을 겪기도 했고요. 다행히도 그 과정에서 팀은 깨지지 않고 더 단단해졌습니다. (수지와 따뚜는 예전 회사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는 거 같긴 하지만...)
클링크가 겪어온 과정은 여느 사이드 프로젝트 팀이 겪는 것과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동기나 비전 없이 시작하게 되는 팀의 경우, 업무가 과다해지고 목적을 찾지 못하는 경우, (특히 이 과정에서 본업에 방해가 되기까지 한다면) 팀원의 이탈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설령 운 좋게 서비스가 대박 나서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방향에 대한 설정이 없으면 표류하다가 어딘가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서 저희가 요즘 가장 시간을 쏟는 부분은 우리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2019년 10월이면 저희가 (여전히 미비하지만) 베타를 마치고 정식 서비스를 론칭한 지 1년이 된 순간입니다. 친구 세 명이서 하는 구멍가게에서 팀 빌딩을 하고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오로지 생존에만 매달렸던 지난 1년이었습니다. 왜 우리 서비스가 우수한지, 왜 우리에게 고객이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왜 우리가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앞으로 고객에게 더 우수한 서비스를 지불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갈까에 대한 논의도 중요해진 시점인 것이죠.
지금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시는 많은 창업가 분들도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 프로젝트가 되는 순간에 대해 항상 고민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 프로젝트가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도 팀원들과 함께 나누면 좋고요. 사이드 프로젝트에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본 프로젝트가 되어 멋지게 서비스하는 미래를 그리면서 고생하는 재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등장인물
수지: 저의 대학교 동기로 지금은 클링크컴퍼니의 이사로 재직 중이십니다.
따뚜: 저의 대학교 동기로 지금은 클링크컴퍼니의 팀장으로 재직 중이십니다. 이름보단 따뚜로 더 많이 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