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후기 1

우리는 모두 프로그래밍된 존재이다.

by 황인승

서문


지인의 추천으로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보았다. TV 역사의 이전과 이후를 나눈 드라마(출처 나무위키)란 찬사를 받은 작품 답게 아직 3월이지만 감히 올해의 콘텐츠로 꼽아본다. 각 인물들이 여러 상황에서 보이는 모습들을 통해 인간 본성과 전략적 상황 판단들을 보며 내 삶의 경험을 돌아보았다. 30대 동안 직장생활 - 창업 - 재창업의 시기를 거치며 겪은 여러 시행착오들, 더 나아가 앞으로 나란 인간이 저지를 법한 실수들에 대해 고찰하고, 행복이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약 3주에 걸쳐 틈나는 대로 정주행했으며, 시청 속도를 위해 일부 전쟁 장면은 과감하게 스킵했다. 본 감상문은 내 생각정리를 위함고, 스포는 아주 많으니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브라우저를 닫으세요!!!




드라마를 보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개별 인물들의 상황 판단이나 선택, 심지어 사소한 말 한마디까지도 해당 인물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특성’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한 인간의 본질과 심리에 대해 저렇게 깊게 파고들 수 있을까란 생각에 이르니, 작가에게 경외감이 들었다. 때론 어떤 인물들이 지독하리만큼 자신의 ’특성’을 고수했고, 창작자가 정말 잔인한 방법으로 인간의 본성을 표현했다는 생각까지 했다.


네드 스타크는 정의, 의리, 충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특성 덕에 사람들을 모으고 북부의 관리자로서 많은 영주들의 지지를 얻어 성공한다. 하지만 정의라는 틀에 박혀 주변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나 유연한 사고는 극단적으로 부재해, 결국 배신당해 비참하게 죽는다. 누군가에겐 명예로운 죽음이고, 누군가에겐 개죽음이다.


네드의 아들이자 북부의 왕이 된 롭 스타크는 ’내면의 소리’에 강하게 이끌리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전쟁에 나선 롭의 초기 모습은 언뜻 보기엔 성공적이다. 통치자로서 카리스마와 연전연승을 거듭하는 전쟁 능력까지 갖추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사랑을 선택하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고, 이로 인해 가장 필요한 아군을 가장 잔혹한 적으로 돌려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역시나 개죽음..)


이들과 가장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었던 ‘리틀핑거’ 베일리시는 어떤가? 매음굴 주인인 그는 성공과 섹스만을 바라보는 욕망의 상징이다. 별볼일 없는 가문 출신인 그는 강력한 정치력으로 재정관까지 오르는 성공을 보여준다. 하지만 출신 성분에 대한 열등감과 잘못 발현된 과한 욕망 때문일까? 그는 끊임없이 명문가 귀부인을 성적으로 욕망하고, 감당하지도 못할 철왕좌까지 노리는 기회주의자가 되고 만다. 뛰어난 두뇌회전과 정치적 판단으로 꽤 오래까지 살아남지만, 결국 자신의 주특기인 배신과 술수의 끝에서 자신이 했던 방식과 동일하게 배신으로 죽는다.


우리 모두는 어떠한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그것이 무엇이다라고 말로 딱 규정할 순 없지만, 아마 타고난 유전적 기질, 성장과정에서 겪은 성공과 실패- 이것들과 연결되는 경험과 상처 속에서 ’나 자신’을 대표하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안타깝지만 극중 인물들처럼 우리 또한 프로그램 규칙 안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이 규칙은 때로는 우리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운이 좋으면 성공에 크게 기여한다. 하지만 이것이 굳어지고 집착이 되면 끝내 우리를 파멸로 이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잔인하다. 감사하게도 현대문명 사회에 살면서 칠왕국의 인물들 처럼 생명을 내어줄 일은 없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잘못된 판단의 누적으로 인해 사회적 생명이 다 해버리게 되면 죽은 것과 다를바 없는 삶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나에게도 어떤 프로그래밍 규칙이 있다.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이 규칙을 거스르지 못하고 많은 선택들을 해왔다. 아마 나는, 이 프로그래밍 규칙 자체를 영영 바꿀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최신 백신을 패치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메타인지를 키워나간다면, 적어도 프로그래밍 규칙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최악의 결과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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