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묵상일기

내 안에 메시야가 올 때 예비할 것은

요한복음 1:19~28

by 디모츄
그는 요단 강 전역을 두루 다니며
죄 용서를 위한 회개의 침례를
전파했습니다.(눅3:3/우리말)



†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 자에서 멈추면 안되겠습니다. 들은대로 행하는 자, 그 길로 나아가려 하는 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아버지.. 불쌍히 여겨 주소서.


묵상

세례요한이 했던 세례행위는 개인의 죄를 용서해 주는 의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회개라는 전제가 필요했고, 이는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는 행위다. 즉 스스로 죄 있다 하는 자, 그리고 죄 용서를 받고 싶은 자, 더 나아가 이후로는 바르게 살고자 하는 자가 이 세례에 진정으로 동참하는 자다.


죄를 용서해 주는 것은 모세 때부터 정해진 동물제사의 의식을 통해 제사장이 주도적 협력자가 되어야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세례요한은 동물도 피도 없이 사람을 물에 담갔다 일으키는 단순한 의식을 통해 죄 용서와 회개를 선포했다. 이는 두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데, 하나는 그가 신적 권위를 지닌 예언의 그 메시야이거나, 하나는 기본적인 이스라엘의 법도조차 모르는 미친자이거나다.


그래서인지 율법과 하나님 나라의 미래에 관심이 많은 바리새인들이 사람을 보내어 그의 정체를 묻는다. 세례요한은 자신이 메시야가 아니라고 세번에 걸쳐 부인한다. 그리스도, 엘리야, 그 선지자라는 단어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신적 권위를 지닌 메시야의 범주다. 세례요한은 이를 부인했고, 성경은 그가 '메시야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앞서 와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고 알려준다.


이로보아, 메시야가 오시는데 사람이 예비해야 할 것은 왕궁도 군대도 풍부한 물자나 인력도 아니다. 회개하는 마음이자 앞으로 바르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 내 마음에 그리스도를 모시고자 한다면 나 역시 바르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또한 회개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요한1서의 말씀이 떠오른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과 사귐이 있다고 하면서 여전히 어둠 가운데 행한다면 우리는 거짓말하는 것이며 진리를 따라 사는 것이 아닙니다."(요일1:6/우리말)


내 마음이 깨끗하고, 나의 행실이 깨끗하고, 나의 의지가 그 삶을 추구할 때 하나님의 길이 내 안에 예비된다. 늘 깨끗할 수 있다는 말이라기 보다는 늘 깨끗함을 추구하며 앙망하는 삶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에 가깝다 할 수 있단 의미다.


오늘 내 마음에 번민이 스민다. 세례요한의 질책을 달게 들으면서도 자기 길을 버리지 못한 헤롯왕의 심정이 이와 같을까. 결국 그는 선지자를 죽였다. 아.. 나 역시 내 안에 울리는 성령의 음성에 번민만 하다가 결국 그 음성을 소거시키고 내 삶을 어둠으로 마무리 하려는가. 그래서 이리 번민하는가.


예전의 두렵고 싫고 무섭고 끔찍한 상처의 기억들이 나를 결심조차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핑계삼고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 문장으로만 나를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인 것도 사실이다. 나는 다시 그 길로 돌아가게 될까. 도돌이표일까. 그럴까. 하지만 하나님이 새로운 길을 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임시적이고 무한반복적인 동물의 제사로부터 벗어나 그리스도의 대속을 보여주셨듯이, 하나님은 길이 다 있으시지 않을까. 그럴 것도 같다.


그러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내가 기왕에 시작된 신앙의 여정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의 모습 외에 추구해야 할 모습이 달리 있지도 않다. 그리고 별다른 꼼수를 바라고 싶지도 않다. 그런 꼼수가 있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정당했다면 성경에 벌써 기록되어 있었을 것이니까.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에서 80년을 돌아다니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있었다면 하나님은 그렇게 하셨을 것이다. 비록 40년에 끝날 것이 80년이 된 것은 사람의 탓이기는 하지만.


듣고 행함이 없는 마음에 머물고 싶지 않다. 중한 죄를 피하는 자에서, 경한 죄를 피하는 자로, 죄를 피하는 수준을 넘어 작은 선이라도 행하는 자로, 작은 선을 베풀며 사는 자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세밀하게 따르려 걷는 자로. 점차로 나아가고 싶다. 그러고 보니 그러는 중이기는 하다. 다만 내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는 함구하기로 하자. 나와 하나님만 알면 되는 일이니.


다만 나아가자. 앞으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도 나타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