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봄인지 헤깔리는 봄. 예전의 봄이 이 봄이 맞는지도 의심스럽구요. 요즘 봄은 저처럼 잔정이 없나봐요. 맛만 보이고 갈 기세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게 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낮은 기온 탓인지 봄바람이 살갗에 닿는 느낌이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여차저차하면 휙 지나가 버리는 것이 봄인지라 주말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봄나들이를 갑시다.
내년을 기약하며 떠나가는 동백꽃도 배웅하고, 며칠 후면 북쪽으로 올라간다는 벚꽃에게도 안녕을 고합시다.
가는 게 서운하면 가지 말라고 매달려도 보고, 떨어지는 꽃이 마치 자신 같아서 서러우면 울어도 봅시다.
'그러면 뭐해! 그래봤자 어차피 봄도 가고 벚꽃도 지는 걸, 달라지는 것도 없는 걸, 봄에 취해 들떠있는 모습도 남들 보기에는 우세스러운
것을.'
그러면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우리 인생도 한 번 뿐인 것을.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을. 고매함은 절제에만 있지 않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에도 있는 것을.
그래도, 영! 이목이 쓰이고 망설여 진다면 마음 속에다 미리 불을 지르고 봄나들이를 갑시다. 누구도 끌 수 없게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