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간다는 건
일상이 무덤덤하다는 것은
삶의 내공일 수도 있지만
마음이 늙어간다는 것이니
한편으로는 슬픈 것이다
첫사랑할 때의 울렁거림과
자식이 태어날 때의 목마름
상대에게 들켰으면 좋았을
못 다한 고백은
이제 무덤덤한 심장 속에 갇혀
영영 나올 수도 없겠다
설렘 없는 하루를 보내고
애잔해지는 건
그것이 늙는 과정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풀내 쏟아지는 여름날
세상은 푸르러도
내 안은 쓸쓸하여
설렘 아닌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나를 채울 수 없지만
생일보다 더디 오는
설렘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
여름이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소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