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처음 깨우친 삶의 노하우
학생 비자를 받고 인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외국인 거주 신고를 FRO/FRRO(Foreigner (Regional) Registration Office)에 가서 해야 한다. 2009년 뿌네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이것 때문에 한 달 동안 왔다 갔다 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영어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어서 더 오래 걸렸고, 힘들었다. 아침 일찍 경찰서에 가면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곤 했다. 아직 사무실이 문을 열기 한 시간 전쯤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신고하려는 사람이 많았고, 절차는 까다로웠고, 담당 직원들은 협조적이지 않았다. 매일 가서 내가 들었던 말은 무슨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이었고, 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고 하면 자신은 잘 모르니 알아서 해오라는 식이었다. 거의 십 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은 그때보다 덜 힘들 거라 생각한다. 지금 인도에서는 먼저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서 온라인으로 등록한 후 일정 조율하고 담당부서로 가서 원본 서류를 제출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다. 전보다 간소해지고 편리해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일처리가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나는 인도 구자라트주 잠나가르 공항에 도착해서 릭샤(삼륜차에 좌석이 있는 인도의 흔한 교통수단)에 몸을 싣고 학교로 향했다. 공항 근처는 허허벌판이 따로 없다 할 만큼 바짝 말라버린 대지만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30분 가까이 바지런이 릭샤가 도로를 달려서야 읍내쯤 되는 곳에 구자라트 아유르베다 대학교 소속에 콜리지(Gulabkunverba Ayurved Mahavidyalaya; 콜리지 이름이 길고 어렵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도에는 3가지 정도의 전통의학이 있다. 아유르베다(Ayurveda), 유나니(Unani), 싯다(Siddha)가 그것이다. 각 전통의학은 각 대학에 정규 교육 과정이 있고, 보통은 대학 병원이 함께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 한의학과가 있고,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국-공립학교도 있고, 사립학교도 있다. 유나니(Unani)나 싯다(Siddha)는 잘 모르겠지만, 아유르베다 쪽에는 제약회사도 아주 많이 있다. 지역에 중-소 제약회사도 있고, 인도뿐 아니라 유럽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약회사도 있다. 히말라야(Himalaya)라는 제약회사가 그중 규모가 제일 크다고 알고 있다.
학교에 도착해서 역시나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외국인 거주 신고를 하기 위한 준비였다. 외국인은 인도에 도착한 날로부터 2주 안에 외국인 거주 신고를 마쳐야 한다. 거주지에 관련된 서류를 첨부하고 필요한 여러 서류를 떼려면 14일은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뿌네에서 한 번 경험했던 차였기에 나는 학교에 물어보고 바로 시작했다. 다행히 이곳은 작은 도시여서 외국인이 별로 없고(우리 학교에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 거의 전부였다), 학교와 FRO(Foreigner Registration Office)가 협력이 잘 돼서 5-6번 정도 왔다 갔다 하는 정도로 간단히 끝났다. 그거 하난 마음에 들었다. 도시가 작으니, 외국인이 얼마 없어 일정 정도 배려를 받을 수 있었다.
7월 이곳 잠나가르의 날씨는 아직 많이 더웠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땀을 비 오듯 흘린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많이 건조하다. 내가 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는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이런 기분을 느낄까.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며 상점에 들러 당장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식당에 가서 끼니를 때운다. 기숙사에 남는 방이 없어서 방을 구해야 한다. 이곳에는 따로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빈 방을 소개해줄 중개인을 몇 명 소개받았다. 이들과 돌아다니며 방을 보고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같은 방을 다른 이들과 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중개인들은 정해진 몫이 없으니 각자 다르게 측정한 자신의 소개비를 더해서 그런 듯하다. 적당한 가격대의 방을 계약해야 하는데, 가격과 방의 상태가 마음에 꼭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일주일 이상 발품을 팔아야 할 듯하다.
인도에서 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든, 한꺼번에 많은 일을 단시간에 끝내려고 마음먹으면 안 된다. 보통 절차가 많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일처리가 빠르지 않다. 하루에 한 가지 일을 끝냈다면 성공적이다. 한 가지 일도 여기저기 들러야 할 곳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자칫 문제가 있으면 다시 똑같은 곳을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해서 시간은 두 배 세 배로 걸린다. 그러니 일의 진행이 느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마음을 느긋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챙기지 않으면 일이 전혀 진척되지 않을 때가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히 들러서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됐고, 언제까지 끝마칠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그렇게 계속 귀찮게 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씩이라도 일이 진척된다. 절대 화를 내서도 안된다. 화를 낸다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느긋한 마음으로 계속 묻고 부탁해야 한다. 이것이 인도에서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노하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