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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두산 Nov 04. 2019

그날 그 눈빛을 기억해

미안함을 담아..


 책을 읽다가 고양이에 대한 글을 접하게 됐다. ‘고양이’하면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은 일화가 있다. 미안하고 슬프고 후회되는 일이다.



 인도에서 수련의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매일 오토바이를 타고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오고 갔다. 그럴 때면 종종 도로에 사고로 죽은 동물의 시체를 목격하게 됐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침에 병원으로 가던 길이었다. 도로에는 많은 차들과 그보다 두 배는 더 많은 오토바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그러다 도로 위에 차에 치인 작은 어린 고양이를 보았다. 순간이었지만 눈이 마주쳤다.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당혹감과 두려움, 고통,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내 마음에 불쑥 밀려 들어왔다. 순간이었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멈추고 고양이를 길가로 옮겨주기라도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며 머뭇거리는 시간에도 나는 점점 고양이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뒤로 돌아가기에는 도로가 너무 붐볐고,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것이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뇌까렸다. 마음속으로 “좋은 곳으로 가기를..”이라고 되뇌며 애써 죄책감을 밀어내고 합리화하며 길을 재촉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몇 년이 흘렀지만 이따금씩 도로 위에서 스러진 어리고 작은 고양이의 눈빛이, 그 느낌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빨리 멈춰서 길가로 옮겨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다시 한번 고양이가 편안하게 떠났기를 기원한다.



 도로 위에서 죽은 동물들을 많이 봐왔다. 그리고 별 느낌 없었다. 안타깝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날 이후로 도로에 치인 동물들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좋은 곳으로 가기를.." "다음 생에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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