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시작하며,
2019.11.21 11:25 am 인도 델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지난 7월에 지원했던 대학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있고 채 일주일이 되기 전에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미 대학원 수업이 시작되었고 제가 한 달 정도 늦게 합류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행정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고, 그로 인해 과정 자체가 많이 늦어졌어요. 사실 그 소식(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을 지원하고 3개월 뒤에야 들었을 때, ‘이번에도 대학원에 갈 수 없겠구나’ 하며 절반 이상 마음을 접었더랬습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을 ‘아유르베다’ 수업을 하며 지내보니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고, 제대로 한 사람의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좌절하고 우울한 감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인 면은 현실에서 어려운 부분들에 부딪치며 그것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했다는 점입니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고, 책에는 제가 찾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문제는 그것을 읽고 잘 이해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인 ‘씽큐베이션’에서 1기와 2기로 활동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배우고 나누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있는 동안 제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매주 썼고, 건강에 대한 글, 인도에서 생활하던 경험을 써나가기도 했어요. 저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특별히 재능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글쓰기의 즐거움과 성취감은 덤으로 다가왔지요.
한 달 1-2회 수업을 하며, 저는 제가 그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아유르베다에 있는 내용들을 좀 더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지금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맥락을 고려해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한 번의 수업으로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왔습니다. 그 와중에 읽은 책 ‘스틱(Stick)’은 제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대학교와 대학원의 차이는 학부생 때 전체적인 모든 것들을 공부했다면, 대학원에서는 과가 나뉜다는 점입니다. 현대의학이 그런 것처럼 내과(kaya), 외과(shalya), 이비인후과(shalakya), 정화치료과(Pancakarma), 소아과(Balaroga), 산부인과(Striroga), 약재 학과 1(주로 식물을 다룸/Dravyaguna), 약재 학과 2(금, 은, 납, 수은 등 금속과 광물을 다룸/Rasa shastra), 고전 연구학과(Samhita siddhanta), 정신과(manasroga)로 나뉩니다. 물론 분과가 되었다고 그 부분만 공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무게가 좀 더 실리는 것뿐입니다. 관련된 환자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저는 고전 연구학과(Samhita siddhanta)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산스끄리뜨로 기록된 경전을 좀 더 깊이 파고들어 의미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곳입니다. 전부터 관심 있고 해보고 싶은 분과 입니다.
전에 공부했던 대학교(Gujarat Ayurved University) 대학원(Post graduate)에서 공부를 이어나가게 됐습니다. 참 소중한 기회고 감사한 일입니다. 저번보다 좀 더(욕심 같아서는 훨씬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함께 독서모임을 하던 분이 묻더군요. ‘코끼리를 먹는 방법을 아세요?’ 라고요. 여러분은 아시나요? 그분이 알려주셨어요. ‘한 입씩 먹으면 된다고요.’ 즉 어떤 일이든 하나하나 해야만 한다는 의미지요. 조급한 마음이 들어도 한 번에 과정을 건너뛰고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한 발씩 가야만 하지요.
온 마음 다해서 생활하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서 해이해진다면 이 글을 다시 읽고 마음을 다잡으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