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

다 똑같아 보이던 그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by 백두산


인도에 거주하며 종종 마주하는 일이 있다. 인도 친구들이 나와, 다른 동양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다. 분명 내가 보기에는 확연히 다르게 생겼는데, 그들은 잘 구별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어느 지점에서 다름을 인식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점은 내가 인도 사람들을 볼 때도 종종 일어났던 일이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구별이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그들 또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차이가 명확하게 구분되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잘생김과 예쁨의 기준 또한 잘 인식하지 못했다.(미인대회에 나오는 친구들처럼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경우는 제외하자. 그런 사람들을 현실에서 만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언어에 대한 친숙함이 올라가 그들이 하는 말이 하나씩 들리기 시작할 무렵, 눈으로 보는 것 또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비슷비슷해서 잘 구별하지 못하던 부분들의 차이가 눈에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흔히 이곳 친구들이 잘생겼다거나 예쁘다고 인식하는 부분들을 나 또한 인식할 수 있게 됐다. 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뭐 그래도 여전히 정말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사람들은 한 번 보고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처음과 비교하면 보는 눈이 많이 발전한 것 또한 사실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래서 인도에서 네가 원하던걸 찾았어?”라고 묻는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 대답을 하기 위해서 애초에 나는 인도에서 무엇을 얻기를 기대하고 왔을까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이곳에 왔지?..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알기 위해, 무엇이 싫었는지 먼저 살펴본다. 내가 무지한 게 너무 싫었다. 단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세상을 보는 시각, 어떤 현상의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면, 존재의 이유, 생과 사, 인간의 몸과 마음, 등등.. 크고 작은 질문들이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나에게 맞는지, 왜 나는 공허함과 헛헛함을 느끼는지, 단지 나에 국한된 질문만 하더라도 작은 실마리 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때 처음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무엇이든 좋으니 어떤 작은 단서라도 찾고 싶었다.




남들이 흔히 가는 길로 가기 싫었다. 이건 약간 기질적인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뭔가를 하려다가 남들이 옆에서 그걸 하면 나는 더 이상 하고 싶어 지지 않는. 또한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싫어해서 억지로 시키면 억지로 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좀 다른 걸 찾는 경향이 있다.




아픈 사람을 보고만 있는 것이 싫었다. 주변에 아픈 이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무언가 해주고 싶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해주면 도움은 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아플 때 먹는 약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데에 의구심이 들었고,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나는 알고 싶었고, 좀 다른 길을 가고 싶었고,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것을 원했다. 원하는 길을 가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무엇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은 있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어딘가에 닿을 수 있겠다는 작지만 확실한 무언가 내 마음속에 품고 있다.




이 글은 인도에서 공부하며 보내온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쓰고 있다. 전에는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이제야 돌아보고 그때의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쓴다. 그 시절 막연하게 생각해온던 일들을 조금씩 현실에서 실행해 보려는 노력을 한다. 내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굉장히 큼을 느낀다. 그래도 작지만 의미 있는 한 발 한 발을 내디디며 조금씩 나아간다. 현실과 동떨어져 생각만으로 이상적인 상황과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몽상가가 되고 싶지는 않다.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이전과 현재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몇 편의 글을 더 발행할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하나 돌아보며 계속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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