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

서평

by 백두산



박사 학위를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 강사,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그는 긴 가방 끈과는 다르게 삶을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쉽게 말해 돈을 잘 벌지 못한다. 아니, 돈을 벌자고 하면 무엇이든 해서 벌 수 있지만 그가 원하는 길을 가면서 생활하는데 충분한 돈을 벌 수 없을 뿐이다. 으레 다른 인문학 전공자들이 그렇든 말이다.



배달 라이더를 시작했다는 말에 작자의 엄마는 속이 타 말 한다. “공부를 그렇게 많이 했으면서 할 일이 그것밖에 없어?” 작자는 “공부를 많이 해서 할 일이 이것밖에 없는 거야”라고 대답한다.



“공부를 많이 해서 할 일이 이것밖에 없는 거야”

이 대답이 참 와닿았다. 이 마음을, 상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도 아유르베다 의과대학에서 5년 6개월 공부를 마치고, 벵갈루루에 있는 아유르베다 병원에서 1년 7개월 수련의로 근무하고 돌아왔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간간이 특강을 하며 근근이 생활을 유지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찾아봐도 매일 나가는 일은 할 수 없다. 언제 특강을 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내가 공부한 것을 살려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큰 일은 하지 못했다. 주머니가 텅텅 비어 가도 이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때 배달 라이더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아마 알았다면 나도 배달 라이더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작자의 상황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언제든 강의가 들어오거나,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것을 할 수 있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하며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조건에 배달 라이더는 최적의 일자리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단지 사회적 잣대에 비추어 박사에, 대학교 시간 강사,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사람이 배달을 한다는 것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작자는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주 유쾌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배달 일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갖고 프로 배달러가 돼서 일한다. 책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배달하는 마음과 자세를 보며, 몇 번이고 감탄과 감동을 느꼈다. 이런 삶의 자세를 나 또한 진심으로 본받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그동안의 나의 삶의 자세 또한 다시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에세이 집이다. 양이 많지 않고,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다 보면 어느새 끝이 나는 책이다. 짧지만 그 안에 한 사람의 삶이, 삶의 자세가, 마음이, 많은 감정이 담겼다. 글로 나마 느낄 수 있어 고맙고, 짠하고 그리고 마음으로 많은 응원을 보낸다. 부디 돈으로 직업으로 사람을 달리 대하지 않고 서로가 배려하고 아껴주는 세상이 언젠가는 우리 곁에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시대의 많은 비슷한 상황과 현실에 마주한 젊은이들을 응원한다. 나 또한 젊은이다.




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 이병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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