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러닝 학교 네트워크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자택 대피 명령으로 거의 모든 미국인이 한 달이 넘도록 생필품 구매나 위급 상황 이외에는 집 밖을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등산로나 바다, 국립공원도 입장을 막은 상태다. 내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 학교들은 3월부터 학기가 끝나는 7월까지 잠정 휴교령이 내려졌다.
코로나19로 이동이 멈춘 시대에도, '리얼 월드 러닝'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답을 해 줄 학교를 소개한다. 책 <학교를 넘어선 학교, 메트 스쿨>, <넘나들며 배우기>와 다수의 인터뷰 기사로 국내에 잘 알려진 메트 스쿨(the Met: The Metropolitan Regional Career and Technical Center)의 성공 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공동 설립자 엘리엇 워셔(Elliot Washor)와 데니스 리키(Dennis Littky)가 1995년에 설립한 비영리 교육 단체, 빅 픽처 러닝(Big Picture Learning)이다.
학생 중심의 ‘리얼 월드 러닝(Real-world Learning)*’을 학교 시스템에 도입한 빅 픽처 러닝은 미국 내 16 개 주에 65 개가 넘는 학교(50여 개가 공립학교) 네트워크이다.
*Real-world Learning: 실제 세상을 통해 개인의 관심사를 찾아가는 모든 배움의 형태. 나를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파악하고, 지식을 적용해 탐구하고, 행동하는 과정 전반을 일컫는다.
이 학교들의 특징은 학교를 넘나들며 배우는 배움(Leaving to Learn)을 운영 철학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모든 수업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최대한 밖으로 나가서 경험을 통해 배운다. 관심사에 기반한 인턴십 프로그램과 학생 주도 프로젝트, 무학년 담임 제도인 어드바이저리(Advisory) 시간으로 학사 일정이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평균 일주일에 두 번 인턴십 현장에서 현장 멘토와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어드바이저 그룹과 함께 개별 학습 목표를 세워 프로젝트를 통한 교과 지식을 습득한다. 영어, 수학, (학교에 따라 체육) 과목만 교과 담당 교사가 있고, 그 외의 교과는 어드바이저가 지도하는 식이다.
이런 학교에 이동의 제한이 걸린 코로나19가 닥쳤다. "학교 밖으로 나가서 배움의 경험치를 확장하자!"가 모토인 빅 픽처 러닝 학교들은 코로나19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빅 픽처 러닝 블로그에 '코로나19 시대에 넘나들며 배우기(Leaving to Learn in an Age of Coronavirus)'라는 제목의 한 글이 올라왔다. '무엇을 어디서 언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다음은 해당 내용 요약.
• 학생들은 이미 준비가 됐다
학생들이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쓸 시간이 많아진 상황. 이미 빅 픽처 러닝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세우고, 필요한 자원을 찾으며 '배우는 법을 배워왔기' 때문에 자기 주도 학습 계획 및 실행이 가능하다.
•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빅 픽처 러닝 교사들은 기존의 습관과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의 배움의 환경을 만들어냈다. 한번 변화를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원격 수업을 해야 하는 현상황에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만한 전환을 해야 한다. 기존의 페다고지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온라인으로만 옮기면 혁신이 일어난 줄 아는 건 큰 착각이다. 디지털 워크시트는 여전히 워크시트일 뿐이다. 온라인 강의는 여전히 암기식 지식 전달 수업 방식일 뿐이다. 배움의 과정 전체를 디자인해야 한다.
• 가정경제 부흥기
회사도 재택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모를 멘토로 삼으면 어떨까. 고등학교를 졸업해서도 여전히 자신의 세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친구들이 다반사다. 요리를 배우고, 재정 관리, 보험 처리, 재난 수당 받는 법 등 가정에서 도제교육을 받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진짜 리얼 월드 러닝을 할 수 있는 시간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그동안 학생들이 인턴십 현장의 멘토들과 쌓아온 관계를 희생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멘토와 정기적으로 통화함으로써, 단순 관계 유지를 위한 근황 토크뿐 아니라 해당 산업은 전 세계적 위기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떻게 대응하는지 배울 수 있다. 멘토가 이런 대화의 시간을 학생들보다 더 기다릴 수도 있다. 다들 집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기 때문에.
• 새로운 관점으로 관심사에 기반한 배움에 접근하라
학생의 관심사로부터 시작하는 배움을 하고 있었다면, 다시 내용 중심의 지식 수업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사회 모든 영역이 코로나19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다. 학생들의 관심 분야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혹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생기는 궁금증들도 있을 것이다. '수의학에는 지금 어떤 논의들이 있을까?', '자동차 정비소는 장사가 될까?', '현장 관람객 없이 진행해야 하는 스포츠 경기를 업계는 어떻게 타계해 갈 것인가?'. 각자의 관심 분야가 팬데믹으로 어떤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는지 더 탐구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을 주고, 온라인 전시/발표 시간을 갖자.
• 쉼
온라인 수업 중간중간 딴짓하고 넷플릭스 보고 게임하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지는가? 걱정하지 말자. 이런 고강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모두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불안감에 걱정만 하고 있는 것보다 주의를 끌 수 있는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게 훨씬 건강하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명상하는 시간도 가져보자.
• 액티비즘을 위한 운동 에너지 비축
지금이야말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관찰할 시기이다.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치되고 있는지 봐야 한다. 등교를 멈춘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급식은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일을 해야만 하는 편부모 가정에 육아 돌봄은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검사와 치료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등 해결해야 할 사회적 이슈가 수면으로 올라왔다. 다양한 이슈를 건져내는 시각을 갖추고, 팬데믹 시기 이후에 행동해야 하는 일들을 잊지 말자.
빅 픽처 러닝 학교 모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