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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치하늬커 Dec 27. 2019

한 발짝 내딛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

LA 거주 1년 차 하늬의 이야기

삶을 돌보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베이스캠프 WOMEN'S BASECAMP를 시작하며, 녀미, 지은, 하늬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LA에 살고 있는 저희의 일상, 첫 캠핑의 추억, 건강한 삶을 위한 루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안 해본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안 해본 게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달까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발짝 내딛는 데 주저함이 없는 내가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이란?

“건강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제가 좀 웃음소리도 크고 리액션도 커서 그런 거 같은데, 그때그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걸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소통’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내 감정(마음)의 상태에 귀를 기울이고 외부로 소통하는 거예요. 이건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 마음은 그게 아닌 데 상대방이 나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할 때 답답해지잖아요. 그런 답답함을 담아두지 않는 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관계의 건강성이 사실 나의 건강함을 위한 거죠.


내 마음과 소통함으로써 건강해진다면, ‘도전’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안 해본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안 해본 게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달까요. 한 발짝 내딛는 데 주저함이 없는 내가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항상 새로운 상황이나 환경을 맞닥뜨리잖아요. 거주지, 일터, 만나는 사람, 생애주기별 변화. 이 모든 것들의 변화를 즐기는 게 도전하는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싶어요. 불안함을 설렘으로 전환시키는 저의 노력이에요.



생활에서 나의 몸/마음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만의 룰/루틴이 있다면?

사실 ‘루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습관은 정말 최근 1년 반 사이에 생겼어요. 일주일에 세 번은 아침 운동으로 볼더링을 하러 가요. 거주지가 서울에서 LA로 바뀌고, 소속도 제가 스스로 만든 일터로 바뀌다 보니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홈오피스에서 일하니까 규칙적으로 밖에 나갈 일을 만드는 게 필요했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동네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에 #오늘의데스크라는 해시태그로 기록을 하고 있고요.



실내 암장에서 일하다가 운동하며 시간을 보내는 LA 사람들



여기는 볼더링 짐에서 운동하다가 일하는 사람도 많아서 아예 맥북과 클라이밍 슈즈를 들고 암장에 가기도 해요. 암장도  군데만 가는  아니라 LA 전역에 있는 4군데 암장을 돌아다녀요. 멤버십 하나로 가맹점(?)  이용할  있거든요. (그리고 대체로 암장 근처에 좋은 커피숍이 많다는 것도 발견했어요 ㅎㅎ)  나름대로는 “ 발짝 내딛는  주저하지 말자 삶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거예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운동도 시작하고,  가본 동네를 계속 탐험하고,   로컬 클라이머들의 라이프를 따라 점점 ‘블랜드 해보는 거죠. 그렇게 WBC 시작해 보게 되고요.   해본 거예요.



WBC를 해보자고 결심하게 된 순간이 있나요?

LA로 이사온지는 2년 정도 되는데요. 한 해의 반은 한국에 있어서 거주 기간을 합치면 이제 1년이 됐어요. 녀미와 지은이가 LA에서 처음 사귄 친구들이에요. ‘WBC를 시작하는 글’에도 썼지만, 저희는 공통점이 많아요. 제가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준 친구들이자 누구보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피며 삶을 돌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친구들이에요. 손재주가 많은 녀미와 지은이는 “나중에 스튜디오가 생기면”, “나중에 내 수업을 열게 되면”이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문득 ‘나중’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경험과 생각들을 나누고 공유할 부족들을 만들면 되니까요.



볼더링은 어쩌다 처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사실 2017년 여름에 척추골절 사고를 당하게 됐어요. 평생 병원 신세를 져 본 적이 없었는데,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착지가 잘못됐는지 바닥에 엉덩이가 닿자마자 일어나질 못했죠.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었던 사고였어요. 그때 처음 전심으로 건강한 몸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죠. 의사 선생님은 다행히 두 개의 압박 골절된 척추가 신경을 건드리지는 않으니 자연적으로 붙게 놔두자는 처방을 하셨고, 3개월 동안 허리를 굽히지 못하도록 보조대를 차고 다녀야 했어요. 일주일 동안 병원에서 누워만 있다가 퇴원하는 날 보조대를 받았는데 너무 못생긴 거예요. 여름이라 겉옷으로 가릴 수도 없고 티셔츠 위에 코르셋처럼 조여야 했죠. 어차피 해야 되는 거면 즐기자, 하는 마음으로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스티커 덕후가 됐죠 ㅎㅎ


허리 보조기에 붙인 스티커 (3개월 동안 허리를 굽히지 못하고 로봇처럼 다닌...)



뼈는 잘 붙었고, 외관상 이상은 없는데 후유증은 있어요. 두 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왼쪽 고관절이 뻑적지근해져요. 뭔가 재활 겸 꾸준히 할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때 볼더링이라는 운동을 만나게 됐죠. 등산을 좋아해서 예전부터 바위를 타고 올라가 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어요. 근데 서울에서는 주위에 하는 친구도 없어서 생소했고, 어렵게만 느껴졌죠. 그러다 LA로 오면서 캘리포니아 남부가 클라이머들의 성지라는 걸 알게 됐어요. 마침 남편 회사 동료가 클라이밍을 하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고, 옳거니 지인 찬스를 잡았죠. 그때부터 볼더링의 매력에 빠졌어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잘수 있는 공간이 갖춰진 클라이머들의  미니밴



이 친구도 LA 출신인데 정말 하드코어 클라이머였어요. 미니밴을 개조해서 살면서 주말이면 조슈아 트리에 집을 주차해 놓고 볼더링을 하다 다시 도시로 오는 식이에요. 연중 따뜻한 날씨와 건조한 기후 때문에 아웃도어 볼더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LA에서 볼더링은 로컬 컬처인 거 같아요. 그렇게 LA는 저에게 볼더링의 도시가 되었어요.



볼더링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로프 없이 맨 몸 하나로 혼자 하는 운동이라 언제든 간편하게 암장에 갈 수 있다는 거예요. 시작점에서 끝 지점까지 가는 걸 ‘문제를 푼다’고 표현하는 것도 매력적인데, 어떻게 문제를 풀지 고민하고 계속 시도하면서 내 몸의 움직임을 자세히 알게 돼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수준보다 약간 어려운 문제를 ‘내 프로젝트’로 고르고, 성공할 때까지 실패하면서 이루는 성취감이 말도 못 해요. 암장 벽의 문제들은 정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고요. 1분 안에 온 몸의 근육을 다 쓰고 땀이 나기 시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응원해주고, 떨어질 때 손을 뻗어 지지해주는 커뮤니티



혼자 운동하면 외로울 수 있는데 클라이머들끼리는 보이지 않는 커뮤니티가 있어요. 암장에 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응원해주고, 지켜봐 줘요. 문제를 풀다 막히면 옆에 있던 사람이 자기가 푼 방식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요. 무릎을 어느 방향으로 굽히느냐에 따라 손이 안 닿던 홀드가 닿기도 해요. 이런 저의 시행착오와 몸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볼더링하늬 해시태그로 영상을 올리는데요. 정말 조금씩 느는 게 느껴져요. 운동이든 습관이든 일상의 이런 작은 성취가 모여서 계속 안 해보던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아요.



나의 첫 캠핑은?

거실 한쪽에 설치한, 내 방이었던 인디언 텐트 (6살...?)

거실이요. (하하).


집에 작은 어린이용 텐트와 침낭이 있었어요. 뭔가 몸을 둘러싸는 느낌이 좋아서 침낭에 쏙 들어가 자는 걸 좋아했던 거 같아요. 이 때는 실내 보온용 텐트 같은 건 전혀 없던 시절이었는데, 이런 물건(?)들이 집에 있었던 건 순전히 아빠 취향이었죠. 초등학교 때는 친척들과 함께 생활체육협회에서 주관하는 ‘여름가족캠프’에 매년 참가하곤 했어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한밤중에 일어나 텐트 주변에 물길을 내주고, 말뚝도 다시 박고요. 어리다고 예외는 없었죠. 오히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에겐 텐트를 치는 법, 야외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것, 조금 불편하더라도 있는 물품으로 생활하는 것 등이 굉장히 익숙했는데, 캠핑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들을 만나기는 어려웠어요. 가족들이랑도 떨어져 살다 보니 점점 캠핑을 일상에서 즐기기란 불가능했죠. 한국에서는 남자들끼리, 혹은 가족 단위로 (주로 결혼 후 '아빠'들이 주도해서) 가는 경우가 많았고, 최대한 '편안한 캠핑'을 하기 위한 장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캠핑의 대중화를 외친다기보다, 캠핑의 여성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누구라도, 특히 여성들이 몸을 사리는 연약한 이미지를 미덕으로 삼기보단, 각자 안에 있는 자유로움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캠퍼로서의 로망이 있다면?

아직 비박은 못해봤어요. 볼리비아를 여행할 때 해발 4,450 미터의 산을 하이킹한 적이 있는데, 설산이 보이는 정상에 텐트를 쳐 놓은 사람들을 보고 입맛만 다셨던 기억이 있어요. 발 닿는 데로 자연을 감상하고 그 자리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게 정말 낭만적인 일이지 않나요!



볼리비아 Laguna Churup 산 정상에서 만난 텐트 (2007)



지금까지 캠핑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LA에서 북동쪽으로 5시간 거리에 있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갔던 2018년 12월이 떠올라요. 사실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여유를 부리며 이틀 동안 캠핑하는 행위를 온전히 느낀 게 처음이었어요. 캠핑은 여행의 일부이거나 항상 그다음 목적지가 있었죠. 자연을 즐기고 그 안에서 쉬러 캠핑을 가는 (특히 별을 보러 다니는) 녀미네 덕분이었어요. 주기적으로 이런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WBC 첫 리트릿을 데스밸리로 정하게 됐어요. 대자연에 같이 갈 크루를 모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WBC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이란?

- 생활에서 나의 몸/마음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만의 룰/루틴이 있다면?

- 나의 첫 (캠핑)은?


댓글, 혹은 DM(@WOMEN'S BASECAMP)으로 들려주세요!

스토리 수집가가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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