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질서가 모두 바뀌어가는 영화 클릭처럼 Mi TV Stick
20년쯤 전이었을까. 클릭이라는 영화를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건축가 마이클이 두 아이와 어여쁜 아내 케이트 베킨 세일까지 두고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았다. 아내가 케이트 베킨 세일이라면 행복할만하다. 그러던 그는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을 얻게 된다. 거리에 쭉쭉 빵빵 그녀가 지나가면 ‘슬로 모션’으로 몸매 감상, 꽉 막힌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출근시간은 ‘빨리 감기’로 순식간에 회사 도착. 첫 키스 때 흐르던 음악을 기억 못 한다고 토라지는 아내에겐 ‘되감기’로 그녀의 옷차림까지 기억해 내 사랑스러운 남편 되기 등을 통해 피곤한 시간을 빨리 보내게 된다.
필자는 공중파 TV도 거의 보지 않고 IPTV 단말기도 집에 없다. 그냥 작업할 때 유튜브를 틀어놓는 것이 전부라고 할까. 그렇지만 이전에 사놓은 구형 TV는 나름의 시간을 보낼 때 보고 있지만 답답함이 있었다. 구글 크롬 TV나 Mi TV Stick가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굳이 필요할까 싶다가 이번에 구입을 하게 되었다. 물론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유료구독은 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Mi TV Stick를 설치하고 나서는 새로운 세상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두 개를 사서 하나는 거실에 설치하고 다른 하나는 침실에다가 설치해 두었다.
이 작은 변화는 단순히 영상 콘텐츠를 보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사실은 사람들이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변화라고 볼 수가 있다. 과거의 방송은 ‘같은 시간에 같은 프로그램을 함께 보는 경험’을 만들어냈다. 저녁 9시에 드라마가 시작되면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TV를 보던 풍경이 흔했다. 공중파 방송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가족의 생활 리듬을 만드는 장치이기도 했다. 전통적인 가족형태의 붕괴뿐만이 아니라 더 이상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대에는 그런 기존의 방식이 필요하지 않다. 언제든지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시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표에 맞춰 콘텐츠를 소비한다. 거실의 TV는 더 이상 가족을 모으는 중심이 아니다. 대신 스마트폰과 태블릿, 그리고 스트리밍 기기가 각자의 시간을 채우는 도구가 된다.
공중파 방송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예전처럼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기는 어려워졌다. IPTV도 보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실 이것만 설치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게다가 인터넷이 연결된 세상에서 굳이 매월 이용료를 결제할 필요도 없다. 콘텐츠의 중심이 방송국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사람들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훨씬 풍부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지루함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TV 채널도 많지 않았고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유튜브에는 전 세계의 여행 영상과 다큐멘터리가 있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제공된다. 음악과 강의, 취미 콘텐츠까지 포함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는 사실상 무한에 가깝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생활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TV를 보며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콘텐츠 소비가 개인화되면서 생활의 중심 역시 점점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 속에는 서로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같은 집에 있어도 서로 다른 콘텐츠를 보고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AI와 스트리밍 플랫폼은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점점 더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한다. 개인에게 맞춰진 콘텐츠 환경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생활 리듬을 더욱 개인 중심으로 만들기도 한다.
결국 기술은 단순히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관계 방식과 생활 구조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TV에 작은 기기를 연결하면서 느낀 변화는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화면 속 콘텐츠의 종류가 바뀐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까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의 사회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보다 각자의 취향과 시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개인의 시대에 더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누군가가 돈을 벌고 누군가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은 이제 그 가치가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은 시대에는 혼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하나의 작은 기기를 장착한 TV 화면 속 변화는 그렇게 조용히 우리의 삶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