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동안 145배 오른 자산 금을 생각해 보다.
돈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비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아는 것이다. 무조건 돈이 많은 것들 의미가 없다. 분수에 맞지 않게 더 많은 돈을 원하다가는 결국에는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 그냥 많이 벌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소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언론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의미 없이 기사를 쓰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어떤 주식이나 자산을 그때 샀더라면 하는 기사다. 그런 기사는 로또 당첨번호가 나오고 나서 그 번호를 미리 생각했다는 말만큼 어이가 없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오늘은 금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려고 한다. 1971년은 달러라는 화폐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1944년에 출발한 브레튼우츠 체제에서는 1달러를 35장을 가져가면 금 1온스로 바꾸어주었다. 즉 1온스에 35달러로 가격이 고정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고정된 지폐는 베트남전에서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냈다. 그러다가 금으로 교환해주지 않는다는 선언을 한 것이 1971년이다. 리처드 닉슨이 금 가격 고정은 종료하고 달러는 완전한 법정화폐제도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찍어낸 달러만큼 금은 미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해서 1980년에는 1온스당 850달러에 이른 상태에서 비로 서서 멈추고 하락을 시작한다.
2026년 초반을 기준으로 금 1온스에 평균 5100달러 정도에 머물러 있다. 1971년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보면 145배 오른 셈이다. 많이 오른 것일까? 사실 아직도 멀었다. 달러라는 본원통화가 2008년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 때 찍어낸 엄청난 양의 화폐를 기준으로 보면 1온스에 20,000달러까지 올라가야 균형이 맞춰지게 된다. 그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면 570배가 된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1971년으로 돌아가보면 맥도널드 햄버거 1개는 0.2달러 정도였다. 당시에는 1달러로 햄버거를 5개쯤 살 수가 있었다. 코카콜라는 1달러로 10병쯤 구입할 수 있었다. 당시 금 1온스로는 햄버거를 약 175개쯤 구입할 수가 있었다. 배 터져 죽을 생각이 아니었다면 금 1온스로 햄버거만 사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2026년 현재 1달러로 콜라를 한 개 사고 30센트쯤 남는다. 두 개를 살 수가 없다. 햄버거는 최소 2달러가 필요하다. 금 1온스로는 햄버거를 약 2550개쯤 살 수가 있다.
그래서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금이 엄청나게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된다. 금이 특별히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라기보다는 달러라는 화폐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희석되어 55년이 지난 지금 살 수 있는 것이 훨씬 줄어들었다. 1971년에는 1달러라는 지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소비력을 가지고 있었다. 햄버거 다섯 개와 콜라 열 병을 살 수 있던 화폐가 지금은 콜라 한 병을 사면 몇십 센트 정도만 남는 수준이 되었다. 사람들은 물가가 올랐다고 말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화폐의 구매력이 줄어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은 그냥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지금 미국은 이라크전쟁을 하면서 하루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그 돈 역시 결국에는 인플레를 자극하게 될 것인데 그것보다도 더 문제는 유가가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르무주 해역을 봉쇄하면서 중동국가에서 석유생산을 줄이고 있다. 실어 나르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관련 설비를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게 중단된 설비는 재가동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공급이 늘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금은 여전히 금일뿐이다. 다만 화폐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동안 금은 비교적 천천히 움직이며 그 변화를 반영해 왔다. 여기에 앞서 금융위기와 코로나 때 풀어놓은 돈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면서 금의 가치를 순식간에 높여버렸다. 한국에서 금 1kg의 가치는 부가치세까지 포함해서 2억 6천만 원에서 2억 7천만 원 정도이다. 물론 재가공된 1g의 상품가격은 30만 원을 넘었다. 현재 전국 광역시의 웬만한 구축아파트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만약 풀린 본원통화의 가치만큼 상승한다면 금 1kg는 10억을 가볍게 넘어가게 된다.
만약 1970년대에 베이비부머 2세대를 낳은 부모들(현재 70대에서 80대 초반)이 태어난 자신의 자식을 축하하며 금을 사놓았다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보았을 것이다. 이제 전혀 다른 시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미 차세대 계층은 확실히 숫자가 줄어들어가고 있다. 부동산은 이제 부를 창출하던가 자산을 보존해주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자신의 삶을 유지시켜 줄 수익창출이라던가 자산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모색해야 한다.
1971년에는 1달러라는 지폐가 훨씬 많은 것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가치가 크게 줄어들었다. 금은 그 사이에서 특별히 무엇을 한 것이 아니다. 그저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화폐의 변화를 조용히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해 왔을 뿐이다. 이제 현명한 소비가 무엇인지와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어떤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때가 왔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는 없다. 이미 비가역적인 방향으로 돈은 풀렸고 의미 있는 자산의 가치도 바뀌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