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쌀 창고는 왜 카페가 되었을까

충남도 우수건축자산과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탄생한 합덕백쌀카페

합덕백쌀카페는 공간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시간을 그대로 남겨둔 채 쓰임만 바꾼 당진의 색다른 여행지이기도 하다. 처음 이곳을 보면 그저 조금 큰 카페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면 이 건물은 ‘카페’가 아니라 시간의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라는 걸 알수 있게 된다. 이곳은 1920년대 쌀을 저장하던 미곡 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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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보관하던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합덕백쌀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 천장이다. 겹겹이 얽힌 목재 트러스 구조를 보면 이건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무거운 쌀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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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따라 반복되는 빗살무늬 역시 공기를 순환시키고 습기를 조절하기 위한 흔적이다. 즉, 이 공간은 처음부터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쌀을 위한 공간’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 목적이 바뀌었을 뿐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곳은 리모델링이 아니라 ‘탄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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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은 공간을 다시 읽는 일이기도 하다. 대학을 다닐때도 도시재생에 대해 많은 사례를 만나본적이 있었다. 이 공간은 단순히 분위기 좋은 카페가 아니다. 충청남도 제4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 이유는 ‘잘 꾸며서’가 아니라 ‘잘 남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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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건축자산 제도는 예술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있다. 보존과 활용이 동시에 가능한가를 본다. 합덕백쌀카페는 이 질문에 가장 명확하게 답하는 공간이다. 구조는 유지하고 기능은 바꾸고 의미는 확장한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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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결과물이 아니라 ‘방식’ 그 자체를 보여주는 사례다. 카페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왜 하필 카페였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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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앉고 이야기가 흐르고 시간이 머무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과거에는 쌀이 쌓이던 자리였고 지금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이 변화가 이 공간의 핵심이다. 건축은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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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공간 한가운데 놓인 나무와 긴 테이블은 이곳이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빛은 위에서 내려오고 사람은 아래에 머문다. 그 사이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새로운 것을 더해서가 아니라 지워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균열, 흔적, 나무의 결… 그 모든 것이 이 건물이 지나온 시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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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 하나만 보면 좋은 카페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을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전히 남아 있는 정미소를 살펴보면서 옛 산업의 흔적들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시재생의 의미를 보면서 이곳은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 위에 놓인 한 장면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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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합덕백쌀카페는 ‘핫플’이 아니라 ‘맥락이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것을 만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없던 것을 만든 게 아니라 있던 것을 지우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곳을 방문했다면 가볍게 소들공원을 들려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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