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걷는 시간

봄이 흐르는 길 위에서, 장계관광지를 방문해 보다.

봄이 오면 풍경이 달라진다. 같은 길이라도 꽃이 피고 바람이 달라지면 그 길은 더 이상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이 된다. 옥천 장계관광지의 봄도 그렇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시선이 멈추는 곳이 있다. 잔잔하게 펼쳐진 물 위와 그리고 그 위를 천천히 가로지르는 하나의 배가 43년 만에 운영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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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이제 ‘정지용호’라는 이름의 배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전장 18.5m, 선폭 5.5m, 총톤수 40톤 규모의 전기 선박인 정지용호는 최대 속도 8노트로 물 위를 조용히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소음 대신 고요가 흐르고 속도 대신 풍경을 만나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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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40명의 사람들이 함께 타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 된다. 현재 운항 중인 1코스는 장계관광지에서 출발해 오대리, 석탄리, 연주리를 지나 다시 돌아오는 약 20km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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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약 1시간 20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시계로 재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그리고 감각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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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서 바라보는 산은 육지에서 보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장계관광지에서 만나보는 풍경은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고요하며 조금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여행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바꾸는 경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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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풍경은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품게 될 예정이다. 2027년, 이곳에는 새로운 상징이 하나 더 세워진다. 높이 36m의 주탑 두 개를 세우고 케이블로 연결되는 현수교 방식의 출렁다리다. 그 길이는 강원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보다도 7.6m 더 길게 만들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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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소금산을 넘어서는 길이의 다리가 이 고요한 물 위에 놓이게 된다면 이곳의 풍경은 또 한 번 달라질 것이다. 지금은 물 위를 건너는 여행이라면 그때는 하늘 위를 건너는 경험까지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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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관광지는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여행지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빠르게 소비되는 곳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천천히 스며드는 곳을 찾을 것인지를 본다면 옥천 장계관광지는 분명히 후자에 가까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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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은 자연·문화·관광지를 체험하는 향수테마여행을 오는 11월까지 운영하는데 당일 여행은 관광지 2곳 이상 방문과 지역 음식점 1식 이상 이용이다. 1박 2일 여행은 관광지 4곳 이상 방문과 3식 이상의 식사, 숙박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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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모든 것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은 자연 속의 느린 풍경을 필요로 한다. 이 배를 타는 순간만큼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는 방법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올해 봄날의 여유를 보고 싶다면 장계관광지를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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