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을 캐내던 광산

내면을 다듬는 돌이라는 자수정이 나오던 울주의 자수정 동굴나라

지금 한국에서는 광산과 관련된 산업은 모두 사양화되어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금이나 은, 자수정같은 귀금속이 생산되던 때가 있었다. 울산의 울주라는 곳을 가면 관광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자수정 동굴나라도 그런 곳중 하나다. 도시는 위로 확장되지만, 어떤 시간은 아래로 쌓이게 되는데 울산 울주군 언양읍, 작천정계곡 입구이자 신불산 자락에 자리한 자수정 동굴나라는 그 아래에 남겨진 시간을 다시 빛으로 꺼내놓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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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래 보석을 캐내던 광산이었다. 한때 100여 개소에 달했던 자수정 광산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그중 하나의 갱도가 지금의 동굴 테마파크로 이어졌다. 약 50만㎡에 이르는 부지에 그리고 1·2층으로 이어진 약 2.5km의 갱도가 이어진다. 그 길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땅속으로 이어진 또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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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온도가 먼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이싿. 연중 12도에서 16도 사이를 유지하는 공기는 바깥의 계절과는 다른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간이다.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방문의 요인이 된다. 넓게 뚫린 갱도는 트럭이 드나들던 흔적을 그대로 남기고 있고 그 안을 걷다 보면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일의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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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굴의 중심에는 자수정이 있다. 자수정은 오래전부터 특별한 의미를 가진 보석으로 여겨져 왔다고 한다. 보라색이라는 색 자체가 희귀했기 때문에 권위와 신성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사용되었고 유럽에서는 왕족과 성직자들이 즐겨 사용하던 보석이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잡념을 정리해 주는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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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수정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내면을 다듬는 돌’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이 동굴에서 만나는 자수정 역시 그렇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받아 드러나는 보라색의 결은 화려하기보다 깊고, 선명하기보다 차분하다. 그래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동굴 관람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어진다. 하나는 직접 걸으며 공간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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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정 정동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을 비롯해 기 체험실, 소원동굴, 인류 변천사관, 미디어 전시까지 다양한 테마가 연결되어 있다. 걷는 동안 우리는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이야기 속을 지나가게 된다. 다른 하나는 물 위를 따라 이동하는 방식이다. 동굴 내부에 형성된 호수를 따라 보트를 타고 이동하면 빛과 물이 겹쳐지는 또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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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된 공간이 아니라 흐르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굴은 전혀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 야외로 나가면 또 다른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쥐라기월드’라는 이름의 공간에는 공룡 조형물과 다양한 연출이 더해져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과거의 광산이 지금은 다양한 세대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의 전환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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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당시 자수정동굴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모습도 접해볼 수가 있도록 조성을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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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정 동굴나라는 빛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아니라 빛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은 더 선명해지고 그 안에서 형태는 더 또렷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된다. 보석은 땅속에서 만들어지고 사람은 그것을 꺼내어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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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정이 오랜 시간 속에서 형성된 것처럼 이 공간 역시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곳을 걷는 일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땅속에 남겨진 시간을 잠시 함께 걷는 경험에 가깝다. 울산 자수정 동굴나라는 보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르며 느끼게 되는 공간에서 4월의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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