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피지 않은 벚꽃

4월 둘째주 주말에 금강하구둑으로 가면 벚꽃길이 열려요.

벚꽃은 피어 있을 때보다 피기 직전이 더 마음을 흔든다. 언제피는가를 기대하는 시간이 더욱더 기다려지는 것은 분명히 그 날이 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은 꽃망울이 있는 곳이 지금의 선천이다. 4월의 둘째 주말이 되면 피어날 벚꽃이 기대감을 더하고 있었다. 가지 끝에서 조용히 머물고 있는 시간은 기대가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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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이용하기 싶은 분들은 이곳에도 버스가 서니 서천터미널에서 이곳을 오가는 버스를 타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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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이 있는 그 모습은 ‘곧 시작될 풍경’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천 금강하구에서 만난 벚꽃도 그랬다. 강은 넓게 열려 있었다. 금강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 직전에 가장 큰 숨을 내쉬는 것처럼 탁 트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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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도시의 윤곽과 그 앞을 가로지르는 물의 흐름이 서천에 있었다. 그리고 그 위를 스치는 바람까지. 이곳에서는 시선이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멀어지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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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둑의 위를 새들이 건너간다. 날아오르는 순간은 짧지만 그 움직임은 이 공간의 방향을 만들어낸다. 어디론가 향하고 다시 돌아오는 존재들이 새들이다. 금강하구는 단순한 강이 아니라 이동하는 생명들이 머무는 길목이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은 정지된 장면이 아니라 항상 흐르고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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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 흐름을 더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바로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이다. 이곳은 단순히 새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다. 금강하구를 오가는 수많은 조류들이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시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조용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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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바라본 풍경이 ‘감각’이라면 이곳은 그것을 ‘이해’로 바꾸는 공간이다. 그래서 전시관을 나서는 순간 강 위를 날아가는 새 한 마리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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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꽃이 완전히 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이곳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곧 도로를 따라 벚꽃이 이어지고 강변은 연분홍빛으로 채워질 것이다. 4월 둘째 주말 이 길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지금은 비어 있는 가지들이 하나의 터널처럼 이어지고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은 잠시 다른 계절 속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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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은 이미 완성된 풍경이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풍경’이다. 지금의 서천은 봄의 문턱에 서 있는 시간이다. 아직 다 오지 않았지만 이미 시작된 계절에 벚꽃은 결국 피고 지겠지만 강은 계속 흐르고 새들은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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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이 겹쳐지는 순간, 서천의 봄은 완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이른 시기에 이곳을 찾는다. 이미 피어 있는 풍경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곧 피어날 시간을 먼저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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