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십리길 축제

21년, 주민이 만든 축제의 시간이 있는 옥산 옥녀봉 진달래꽃 축제

봄은 자연이 만드는 계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떤 공간에서는 봄이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 봄하면 벚꽃을 먼저 연상하지만 산과 들에 피어 있는 진달래도 충분히 봄의 주인공이 될만하다. 충남 부여 옥산면에서는 21년째, 주민들이 직접 봄을 만들어내고 있는 축제가 열린다. 꽃이 피기 전, 먼저 길이 만들어졌다. 그 길은 축제가 열리는 옥녀봉 일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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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벚꽃이 아니라 도로 위에 그려진 진달래꽃이 눈에 뜨인다. 분홍색 꽃잎이 길 위에 흩어져 있는 풍경은 마치 아직 피지 않은 봄을 사람들이 먼저 그려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자연이 피워내기 전에 사람이 먼저 준비한 봄의 색채는 분홍느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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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40분부터 사물놀이 한울림교육원의 식전 공연으로 시작된 현장은 이미 하나의 공동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무대를 준비하고 음식을 나누고 누군가는 안내를 맡는다. 이곳에서 축제는 ‘기획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생생함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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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단순한 진입로가 아니라 “이 축제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21년, 주민이 만든 축제의 시간 ‘제17회 옥산 옥녀봉 진달래꽃 십리길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니다. 21년이라는 시간 동안

외부가 아닌 주민 스스로 이어온 축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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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이 축제의 핵심은 약 4km 구간을 걷는 ‘진달래 십리길’이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사람들은 함께 걷고 함께 멈추고 함께 숨을 고른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면 단순한 도착이 아니라 공동의 경험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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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이어지는 시산제는 자연에 대한 감사이자 사람과 자연이 연결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체험은 소비가 아니라 참여다 행사장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수채화와 사진 전시, 전통놀이 체험, 포토존, 인생네컷 촬영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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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의 특징은 ‘보는 축제’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축제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전통놀이를 체험하고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따뜻한 밥과 국이 나눠진다. 이 장면은 관광지에서 소비하는 음식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나누는 식사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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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결국 관계의 구조이기도 하다. 옥산면의 진달래꽃 축제는 화려하거나 거대한 규모의 행사는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요즘 많은 축제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이벤트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바로 진달래꽃 축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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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이 축제가 21년을 이어온 이유일 것이다. 봄은 자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꽃이 피는 것을 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느낀 봄은 조금 달랐다. 길 위에 그려진 꽃과 함께 걷는 사람들도 좋고 나누는 음식에 정감이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간 그 모든 것이 모여 비로소 하나의 계절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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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옥산면에서는 그 봄을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있었다. 진달래의 색은 화려하지만 튀지 않는다. 연한 분홍이 산과 흙, 하늘과 자연스럽게 섞인다. 그래서 다른 꽃처럼 ‘보여지는 꽃’이 아니라 풍경을 완성하는 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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