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은 시간의 칠원

함안군 칠원읍, 시간이 머무는 골목에서 만난 칠원읍성의 흔적

전국에 자리하고 있었던 대부분의 읍성은 일제강점기에 사라졌다. 행정의 중심지에는 방어를 위한 읍성들이 존재했는데 함안군 칠원읍에도 그런 읍성이 있었다. 칠원읍성은 조선시대 칠원현의 방비를 목적으로 축조된 성이다. 봄은 아직 완전히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 흔적은 이미 골목 사이에 스며들어 있었다. 칠원읍성이 있었던 곳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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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군 칠원읍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그 조용함 속에서 오래된 시간의 결이 느껴졌다. 도로는 넓지 않았고, 전신주 위로 얽힌 전선들은 마치 이곳의 시간을 붙잡고 있는 선처럼 보였다. 노란 통학차가 멈춰 서 있는 골목과 낮은 집들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지금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연장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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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원읍은 함안군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골목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작은 정자가 눈에 들어오고 누군가 잠시 쉬어갔을 법한 공간, 그 옆으로는 오래된 돌담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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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그 위를 덮은 시간은 분명 오래된 것이었다. 담장 옆에는 버려진 나무 팔레트와 낡은 이불들이 쌓여 있었고, 그 모습조차도 이곳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풍경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진짜 같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특별한 관광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온 흔적인 읍성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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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설명판 하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이 평범한 마을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곳은 단순한 마을이 아니라 조선시대 읍성이 있던 자리, 칠원읍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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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원읍성은 조선시대 지역 방어를 위해 축조된 성으로 행정과 군사의 중심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여전히 성벽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돌담처럼 보였던 구조물들과 비석들도 곳곳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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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쳤던 언덕의 돌들은 사실 성곽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골목 사이에 자리한 유적지는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철제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돌과 흙 그리고 그 위에 쌓인 낙엽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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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이곳을 완전히 지우지 않았다. 다만 일상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섞어 놓았을 뿐이다. 학교 앞을 지나며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본다. 칠원읍성의 흔적을 살피고 싶은 분들은 이곳을 방문해 보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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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어놀았을 공간에는 다른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 존재하는 과거의 흔적. 이 두 시간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오늘날에도 공존하고 있다. 공간들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칠원읍의 골목은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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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처럼 꾸며진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시간’이 이곳에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묻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머물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조용히 말을 건넬 뿐이다.

“여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함안군의 칠원읍성이 있던 곳에서 골목길 탐방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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