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끓이는 연포탕

바다를 끓이며 집에서 완성한 연포탕 한 냄비

기억해 보면 연포탕이라는 음식은 늘 밖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누군가가 잡아온 낙지를 손질해 주고, 이미 준비된 육수 위에 얹어 나오는 그런 음식이 바로 연포탕이었다. 그런데 문득 갑자기 연포탕이 먹고 싶어졌다. 살고 있는 곳에는 연포탕을 잘하는 집이 없어서 그냥 시장에서 재료를 사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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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대신 집에서, 바다 대신 냄비 위에서 직접 연포탕을 끓여보기로 했다. 연포탕은 재료를 꺼내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 사진 속 재료들을 보면 이 음식의 방향이 이미 정해진다. 낙지, 멸치, 다시마, 두부, 콩나물, 대파, 그리고 청양고추등등을 준비하면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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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구성이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 연포탕은 화려한 재료가 아니라 ‘얼마나 맑고 시원하게 끓여내느냐’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육수를 만드는 것이 연포탕의 절반이다. 냄비에 물을 붓고 멸치와 다시마를 먼저 넣는다. 이때 중요한 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멸치를 너무 많이 넣으면 텁텁해지고 다시마를 오래 끓이면 쓴맛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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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 다시마 → 10분 정도만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 먼저 건지면 된다. 맑은 육수가 만들어지는 순간 이미 연포탕의 절반은 완성된다. 재료는 순서가 맛을 좌지우지한다. 육수가 만들어지면 이제 재료를 넣으면 된다. 콩나물 → 대파 → 두부 순으로 넣어준다. 콩나물은 시원함을 만들고 대파는 향을 더하고 두부는 국물의 온도를 부드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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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계에서 국물을 한 번 보면 이미 “먹을 수 있는 상태”에 가깝다. 마지막에는 낙지는 늦게 넣는다. 연포탕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싱싱한 낙지는 절대 오래 끓이면 안 된다. 끓는 상태에서 넣고 1~2분이면 충분하다. 사진처럼 낙지가 올라오는 순간 색이 선명하게 바뀌고 국물도 한 번 더 살아난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연포탕은 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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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탕의 간은 단순할수록 좋다. 연포탕의 간은 복잡하지 않다. 소금, 또는 국간장 아주 약간 그리고 청양고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왜냐하면 이 음식의 본질은 ‘맛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바다의 맛을 꺼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포탕의 매력은 의외로 단순하다. 끓는 냄비를 보고 있으면 이 음식이 왜 사랑받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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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지 않으며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계속 먹게 된다. 국물 한 숟갈을 뜨면 멸치의 깊이, 다시마의 감칠맛이 적당하게 어우러진다. 그리고 낙지에서 나온 바다의 향이 동시에 올라온다. 결국, 연포탕은 ‘속도를 늦추는 음식’이다.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급하게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다. 끓는 소리를 듣고 김이 올라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한 숟갈씩 천천히 먹게 되는 음식인 연포탕은 단순한 국이 아니라 집에서 잠시 바다를 꺼내놓는 방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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