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성은 소녀일 때가 있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람들마다 그림에서 받는 인상은 다르다. 왜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더 줄여갈까. 내가 생각하는 그녀는 여전히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간은 분명히 흘렀는데 어떤 부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소녀가 정확하게 몇 살까지 이은 지를 정의 내리기는 힘들지만 그럴 때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조금은 아련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벚꽃 잎이 떨어질 때에도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었을 때 말이다.
사람들은 나이를 말하지만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어떤 감정이 먼저 멀어질 뿐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날을 기억하고 있었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지는 순간도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성숙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제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더 좋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감정으로 하루만 살아보고 싶어진다. 소녀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을 뿐이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떠오른다. 나는 이 얼굴을 그리면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오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연필로 선을 따라가다 보니 어떤 표정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내가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의 표정일지도 모른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었던 것을 조금 더 또렷하게 꺼내보는 일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 얼굴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분명히 한 번쯤은 살아본 적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