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걷는 경험

울산시립미술관에서 만난 안소니 맥콜의 원뿔을 그리는 선 2.0

도시는 늘 바깥에서 먼저 읽히지만, 어떤 공간은 내부에 들어가야 비로소 의미가 생기기도 한다. 울산시민의 예술이라는 가치를 알려주는 울산시립미술관은 그런 곳이다. 유리로 둘러싸인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여백이 먼저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곳에서의 관람은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일’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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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선이 되고, 공간은 구조가 된다. 울산 시립미술관 상반기 전시의 중심에는 안소니 맥콜의 「원뿔을 그리는 선 2.0」이 있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빛을 보여주는 설치’가 아니라 빛이 하나의 선이 되고, 그 선이 공간 속에서 움직이며 시간에 따라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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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시작된 얇은 빛은 서서히 공간을 가르며 퍼지고 결국 하나의 원뿔 구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구조는 고정되지 않는다. 빛은 계속 움직이고 형태는 생성되었다가 다시 사라지게 된다. 관람자는 작품 밖에 있지 않다. 이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빛을 ‘보는’ 순간이 아니라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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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자는 작품 앞에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빛이 만들어낸 구조 속에 자신의 신체를 위치시키게 된다. 그때 비로소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이 빛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 안에 들어가면서 완성되는 것인가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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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선은 눈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된다. 공기를 가르는 듯한 빛의 결과 그 안을 걸을 때 느껴지는 미묘한 감각 속에서 순간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형태들이 독특하게 다가온다. 이 모든 과정은

‘보는 전시’에서 ‘경험하는 전시’로의 전환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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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조는 눈이 아니라 몸으로 이해된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빛을 ‘이미지’가 아니라 ‘구조’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빛은 보통 사물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빛 자체가 구조가 된다. 선이 되고, 면이 되고 결국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형태가 된다. 그리고 그 구조는 시간 속에서만 존재한다. 즉, 이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빛이 만들어지고 형태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 사이에서 관람자는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며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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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이제 ‘해석하는 공간’이 된다. 울산시립미술관의 또 다른 프로그램은 이러한 경험을 ‘해석’으로 확장시키는 데 있다. 2026년에는 전시해설사(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전시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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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교육을 시작으로 전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제 수행하고 그리고 실제 해설 시연과 평가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구조다. 약 4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 과정 속에서 참여자들은 작품을 보는 시선을 넘어 설명하고 해석하는 역량을 키워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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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선발된 참여자들은 오는 8월부터 울산시립미술관에서 공식 전시 해설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미술을 좋아하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이 만들어지는 장소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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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본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보는 일이기도 하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관람으로 끝나지 않는다. 빛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움직임이 작품의 일부가 되고 자신의 위치가 하나의 장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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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이라는 계절이 지나가고 있는 시기에 전시는 묻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이 공간을 보고 있는가와 아니면 이 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말이다. 빛은 형태를 만들고 사람은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든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만나는 순간 비로소 하나의 전시가 완성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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