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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9. 2017

살리는 일

의사의 덕목이란. 

생명을 위협하는 큰 질환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병원을 찾는다. 필자 역시 많지는 않지만 감기나 치과 치료 등으로 병원을 여러 번 찾아가 봤지만 통찰력 있는 의사를 만나본 기억이 없다. 의대에서 통찰력은 가리키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배울 실력이 안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냥 기계를 만지고 해석하고 기계적으로 칼질을 하는 기술만 아주 오랫동안 배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은 돈이 먼저 우선된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는 대가를 주기 위해 병원들은 많은 의료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개나 줘버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들은 대체 왜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을까. 


각종 고가장비에 의존해 환자들을 진단하는 의사가 대부분인 세상에서 환자를 디테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의사는 극히 드물다. 현대병원의 세태가 그렇다면 적어도 그들의 숨은 질환이나 합리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말 그대로 선생님이라고 불릴 자격이 되지 않을까. 


자 예를 들어보자. 최근 들어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우선 그 사람은 면역력이 떨어진 이유에 주기적으로 먹던 인삼을 먹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자주 가는 병원을 자주 찾아가서 의사에게 처방을 받는다. 의사는 그냥 처방만 해주어야 할까? 그건 무책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셜록홈스의 실제 모델이었던 조셉 벨 박사는 관찰력이 뛰어나서 환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 병명을 정확하게 맞추기로 유명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 1881년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한 코난 도일은 안과의 간판을 내걸었지만 환자는 오지 않았고 남아도는 시간에 소설을 쓰다가 유명해졌다. 코난 도일은 당시 스승인 조셉 벨 박사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물을 그냥 보기만 할 뿐 관찰은 하지 않는다. 관찰은 많은 지식도 필요하지만 세심함이 필요하고 머리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상관이 없지만 적어도 의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면 사소한 차이의 중대한 의미와 사소한 일의 무한한 중대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 한 명을 보는데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 따위의 핑계는 자신의 무능함을 말할 뿐이다. 단 몇 분이라도 그 사람을 관찰하고 통찰할 수 있다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직감할 수 있다. 


목숨은 돈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믿음은 있지만 실상 그렇지가 않다. 죽음에도 사람마다 무게가 다르다. 보통은 상대방을 좋아하게 되면 조금의 관찰력은 생긴다. 보통 여자에게서 그런 능력이 많이 보이는데 이것은 양쪽 뇌를 사용하는 여자의 선천적인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의사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런 관찰력을 가져야 한다. 


50만 원이 넘어 보이는 토끼털로 만든 부츠를 신고 손에는 젤 네일과 오른손에는 머리를 묶는 용도의 머리끈을 끼고 살짝 내려오는 이어링을 끼고 연신 코를 홀짝 거리면서 들어오는 여자는 분명히 감기에 걸렸을 것이다. 눈이 살짝 충혈된 것 같아 보이면서 두통도 있어 보인다. 감기로 인한 두통의 원인도 있지만 긴장성 두통일 가능성도 있다. 구토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뇌 안에 기질적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신경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이 약화된 이유도 있어 보인다. 코감기로 인한 생활상의 불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집이나 일하는 곳의 환경도 물어볼 필요성이 있다. 


비중격이 휘어진 상태인 비중격 만곡증이 아니라면 가벼운 처방과 함께 최근에 먹다가 끊은 건강음식이라던가 환경의 변화 같은 것을 가볍게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집에 누구나 소금은 있을 테니 소금물로 코를 세척하는 것과 대추가 있다면 차로 우려서 따뜻하게 꾸준하게 마실 것을 권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아주 조그마한 것이 큰 결과를 만든다. 큰 결과는 순식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상에 갑자기 생기는 일은 없다. 꾸준하게 조금씩 만들어서 이루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한다. 의사라면 돈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우선해야 한다. 돈이 가장 중요한 사회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를 흔히 칼잡이라고도 하는데 의사가 든 스칼펠 같은 날카로운 칼은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되어야 한다. 돈으로 인해 칼이 무뎌졌다면 그건 자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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