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된 살인 Part 19

악의

도준


무언가 석연치 않다. 연쇄살인처럼 보이지만 살인자는 너무 냉정했고 연쇄살인범 같은 패턴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는데 있어서 희열을 느낀다던가 살인의 쾌감에 젖어 점점 살인을 하는 기간이 짦아지지도 않았다. 하루 종일 유사한 방법으로 살해된 사례를 보고 또 보았다. 그들이 죽은 이유를 굳이 찾으려면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여성들과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닌 제3자가 마치 정의를 수호하듯이 죽였다는 것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특히 김수아에 대한 자료는 빈약했다. 페이스북에 자신이 타고 다니는 차나 최근에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가방 등을 올린 것외에 특이사항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가끔 피팅 모델하는 사람 치고 수입이 조금 과해 보인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말이다.


"박형사님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아요."

"뭐 가요?"
"태능에서 일어난 살상 사건 있잖아요."

"예 그런데요?"

"당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던 사람들 모두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럼 뭐 좀비나 그런 게 아니라는 거죠?"

"과거에 충동조절장애를 겪었던 사람들이고 최근 임상 실험하는 약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거예요."

"아~ 그럼 같은 회사에서 투약받았겠네요."

"예 맞아요. 금당 제약회사예요."

"그것만으로 혐의가 있다던가 할 수는 없잖아요."

"맞아요. 부족해요."

"전염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닌 것이 확실하지 않아요?"

"역학조사를 했는데 그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 지구대 경찰은 왜 그랬대요?"
"그냥 갑작스런 공황장애였던 것 같아요."

"혹시 제약회사에는 물어봤나요?"

"예 물어봤죠. 그리고 임상 실험하는 약도 상당히 많고요. 실험자의 수도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하더라고요."

"충동조절장애라.. 그것만으로 그렇게 공격성이 극대화될 수 있을까요?"

"그것도 그렇고요. 조사해보면 나올 텐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겠죠."

"그런데 무슨 실마리가 잡혔다는 거예요?"

"금당 제약회사라는 곳이 무언가 찜찜한 것이 있는 것 같아서 조사 좀 해봤어요."

"그런데요?"

"자회사 중에서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데 유지하는 곳이 하나 있더라고요."

"수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투자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게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공통점이요?"

"그 회사의 수익사업이 아이스크림이나 냉동 해물을 유통하는 도매회사예요."

"혹시?"

"예 김수아 시체가 발견되었던 그 냉동창고 있죠?"

"그곳의 소유가 그 회사인 거예요?"

"이상하지 않아요? 굳이 그 회사에 혐의를 두지 않아도 어딘가 들어맞잖아요."

"저도 아는 친구를 통해 김수아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유력 정치인의 세컨드였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워낙 사생활이 철저하게 관리되던 터라 정보유출은 없었지만 1년 전에 김수아가 산부인과를 여러 번 방문한 기록도 있더라고요."

"혹시나 몰라서 임상실험 대상자 정보를 요청했는데 개인정보 유출을 거론하며 거부했어요."

"만약 이것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제약회사를 수색하기 위해 수색영장을 청구해도 내주지 않을 확률이 크죠."

"맞아요. 타당성이 부족하죠. 연쇄살인범과 정신적인 문제를 겪은 사람들이 특정 거대 제약회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그때 말했잖아요. 원래 수경이라는 사람을 죽이려고 했는데 은애라는 사람이 살해되었을 것 같다고요."

"그랬었죠."

"그게 걸려요."

"그 연쇄살인범이 원래 대상자인 수경이를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어떤 기술인지 어떻게 사람을 조종하는지는 모르지만 특정 대상을 죽이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걸 안순 간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언론에 발표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안다는 거예요?"

"박형사님 혹시 그거 사건 보고서 올린 적 없어요?"

"개인소견 부분에 넣긴 했죠."

"그럼 정보가 유출되었다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을 거예요."

"전화해봐야겠어요."


도준은 사건 조사 때 사람들 조사자료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수첩에 적어놓았나? 수첩의 한쪽 구석에 적혀있는 수경의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전화를 걸었다. 계속 시도를 했지만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 가게 이름이 '크리스티나'였나? 포탈에서 검색해보니 전화번호가 나온다. 오후 8시 30분이니 누군가는 출근했을 것이다. 전화가 안될 수도 있지 스마트폰을 꼭 가지고 다닌다고 하지만 잊어버릴 수도 있는 거니까. 5번쯤 울렸나?


"여보세요. 크리스티나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노원서의 박도준입니다."

"예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사장님 나오셨나요?"

"아니요. 어제 퇴근하시고 아직 안 나오셨는데요."

"혹시 전화 통화해봤나요?"

"예. 마침 제가 저녁에 일이 있어서 좀 늦게 나오려고 했는데 전화를 안받으셔서 그냥 나왔어요."

"예.. 그럼 나오시면 박도준한테 전화 왔다고 해주세요."

"예 그럴게요."

"안받아요?"

"예 안받네요. 진형사 그때 은애라는 사람이 살해된 곳 알지?"

"예 잘 알죠."

"이 회사가 소유한 냉동창고 있잖아. 살해된 곳 주변 10km 반경으로 몇 개나 있나 확인해봐."


지훈


진짜 무슨 일 있는 건가? 괜히 갔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내 손해 같은데. 그렇다고 못 본 척 할 수도 없고 찝찝한 느낌이다. 영화에서 보면 헤어진 전 와이프나 여자친구를 구하면서 멋지게 러브라인을 다시 연결되는 그런 장면이 연출되는 거지. 이건 현실이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아름다울 것 같지 않은데...


"무슨 생각해요?"

"머 그냥 이것저것 복잡해서요."

"별일 없을 거예요. 피곤하지는 않죠?"

"아까 전에 휴게소에서 몇 시간 잤더니 괜찮아요."

"미안해요. 이런 걸 부탁해서."

"아직 죽지는 않은 거 확실해요?"

"예 얼핏 얼핏 환영 같은 것이 보이는데 아직까지 죽이지는 않았어요."

"머 그 사람과 정신적으로 연결된 건가요?"

"그게 머라고 말하기 그래요. 환영과 그 사람의 감정상태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게 보여요."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묘한 감정이다. 전 여자친구를 구하는 그런 영웅이 된다는 그런 기대감 같은 것이 아니라 상처를 입거나 죽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서 그런지 아드레날린이 막 분비되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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