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된 살인 Part 18

납치

음모


"제대로 처리하고 있는 거 맞아?"

"예 계획대로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머가 이렇게 시끄러워. 그리고 일정대로 실험은 진행되고 있는 거지?"

"의도한 대로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태능 근처에서 일어난 무차별 살상 사건은 뭐야! 그것 때문에 더 주목받잖아."

"실험체중에서 대뇌피질에 영향을 주어서 컨트롤을 하긴 했는데 폭력성만 극대화되어 제어하기 힘든 놈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시끄럽게 처리한 거야?"

"저희들과 연관되고 있다는 것은 모를 겁니다. 지난번 메르스처럼 사회적으로 파급효과는 있겠지만 그것이 유전자 조작이나 신경 실험 약물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건 자네 생각이고. 아무튼 잘 처리해. 감정 제어나 메시지에 의해 조절이 하다는 그놈은 성공인거지?"

"아직까지는 성공적입니다."

"지켜보겠어. 이거 하나로 자네의 미래가 결정될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림자만을 남기는 사람들에게 없어져야 되는 존재들이 있다. 껄끄러운 존재를 없애기 위해 그들은 충분한 대가를 치를 생각이 있고 그런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10순위 안에 드는 재벌가나 정치거물, 숨겨진 손등 이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박정희 정권 말기까지 올라간다. 겉으로 드러난 권력은 당시 강력했으나 지금은 권력의 힘은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숨겨진 권력은 강했으나 드러나지 않고 일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굳이 말하면 정신개조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살인에 대해 무감각하면서 해당 실험체는 우리가 이끄는 대로 살인을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탁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걸 희석할 희생자도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목적에 의해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기억할 테고 자극적인 사건은 금방 잊혀간다. 사회는 잠시 연쇄살인범이나 충동조절장애에 대해 떠들겠지만 시간 지나면 없던 일처럼 된다. 그냥 한국사회가 조금 더 각박해졌다고 느낄 뿐. 첫 번째 대상이 김수아 였던가?


"아~ 피곤하다."


수경은 여느날과 알바를 먼저 보내고 가게를 정리하고 나가는 길이었다. 마지막 손님이 늦게 나가는 바람에 새벽 4시가 넘어버렸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확실히 적었다. 아무 생각 없이 기계처럼 걸어간다. 이 시간쯤 되면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다. 울적한 기분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싶긴 하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그런데 기분이 묘하다. 뒤에서 엄습 해오는 축축한 이 느낌.. 불길하다.


"너 때문에 죄 없는 사람이 죽었어."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말이야."


남자는 아무 말없이 차를 운전해서 도심을 빠져나가고 있다. 은애를 마취해서 싣고 가던 그 SUV로 움직인다.


대상자와 상관없이 희생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보통 가족이 많지 않던가 혼자 사는 사람을 선택한다. 마지막 희생자로 수경이라는 사람을 했었는데 엉뚱한 은애가 죽으면서 조금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뻔했다. 잘 마무리되긴 하겠지 더 이상 주목받을 필요가 없어서 본 프로젝트는 중단한 상태다. 그 실험체를 지켜보던 요원에게 피드백이 왔는데 요즘 전 희생자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양심 같은 게 생긴 건가? 계획에서 벗어나면 항상 문제가 된다. 처리해야 하나.


지훈


이제 꿈인가? 생시인가. 오래간만에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마음속에 평화라고 할라나. 이렇게 편하게 자본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누가 자꾸 말 거는데 누구지. 누구야. 꿈꾸는 건가.


"일어나 봐요."

"지훈 씨 일어나요."

"지훈 씨"

"지금 몇 시예요?"

"새벽 4시 20분이요."

"이 시간에 나를 깨운 거예요? 새벽에 말하면 이야기가 잘된대요?"

"기분이 이상해요."

"또 뭐 가요."

"이게 힐링인지 뭔지 알 수가 없네요."

"수경이가 눈앞에 보여요."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날 죽인 놈이 납치한 거 같아요."

"같다고요? 그래서 뭐요."

"어떻게 이동하는지는 모르는데 그 사람 근처까지는 갈 수 있거든요."

"그럼 가서 구하세요."

"제가 어떻게 구해요. 아무것도 못하는데."

"어떻게 하라고요."

"같이 가줘요."

"싫어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고 전 그런 여자를 위해 그 미친놈을 상대할 정도로 무모하지도 않아요."

"그럼 죽게 내버려둘 거예요? 양심에 가책 안받겠어요?"

"내가 왜 양심에 가책을 받아요? 실제 납치된 것도 모르는데 귀신이 하란대로 안 해서요?"

"나중에 후회하질 말고 가요."

"아니 그냥 112에 신고하면 되잖아요. 그 사람 얼굴 안다면서요."

"제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지훈 씨밖에 없다니까요."

"그럼 내가 가서 이야기하라고요?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던가. 유력한 용의자로 유치장에 갇히겠죠."

"그러니까요. 같이 가는 수밖에 없다니까요."

"난 그 여자 때문에 충격받아 쉬러 온 거예요. 알겠어요? 그 양심없는 수경이.. 말자."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그런 여자한테는 이유 따위는 없어요. 그냥 삶이 그런 거예요."

"그렇다고 죽을 것까지는 없잖아요."

"내가 죽이는 거예요? 난 아무런 죄가 없다고요."

"살인을 방조하는 것도 죄죠."

"잠깐 생각 좀 해보고요."


이 여자 뭐야.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서 귀찮게 따라오더니 이제는 살인하는 환영이 보인다며 현장으로 가자는데 막무가내다. 경찰서 가서 신고할 수도 없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전생에 무슨 죄를 졌다고 그러는 건지.. 그렇다고 해서 전에 사귀던 사람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좋을 리는 없다.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잖아. 정말 나쁜 놈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재판받을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가. 말한 대로 근처까지 가서 112에 신고하면 되겠지. 설마 나보고 그놈 하고 대적하라고 하겠어.


"알았어요. 우선 가요. 어디로 가면 돼요."

"서울로 올라가야 돼요."

"서울인지는 어떻게 알아요? 다른 곳일 수도 있잖아요."

"죽기 전 마지막 기억이나 느낌을 알거든요. 서울에서 먼곳도 아니고 벗어나지도 않았어요."

"그럼 차량번호 기억해요?"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올라가면서 생각해볼게요."

"내가 뭐하는 짓인지. 전생에 수경이한테 엄청나게 잘못했어나 보네요."

"좋게 생각해요. 그리고 다시 이어질 수도 있잖아요."

"전혀 그런 생각도 없고요. 헤어진 커플 중에 다시 만나서 성공하는 확률은 20%가 채 안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어요."

"그냥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분명히 말해두는데 살인범한테 유인하지 마요. 수경이 목숨도 중요하지만 내 목숨도 소중하다구요."

"알았어요. 근처까지 가서 112에 신고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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