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람
수경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혼자 앉아 있는데 그냥 눈물이 흐른다. 은애를 친구로 사랑했고 세상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을 해도 은애만은 내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었었다. 난 혼자 있는 것이 두렵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고 잠시라도 혼자 되는 시간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떠들썩한 곳이 좋았고 친구와 의미 없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거웠다. 솔직히 즐거운 척했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만큼은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닌가. 어떻게 똑같이 살 수 있어. 지훈 씨 좋은 사람이고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전 남친"
"소송했다며 그런 놈을 뭐하러 생각해."
"생각해보면 좋은 남자야. 그냥 서로를 조금은 더 이해했으면 어땠을까."
"너 갑자기 이상해졌다."
"은애가 없으니까 기분이 점점 이상해지는 거 같아. 너 혹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 봤어?"
"그런 영화도 있었어?"
"응 나 그거 봤거든. 그렇게 살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본 적은 있어."
"편하겠네.. 나는 기도하는 것을 빼고 먹고 사랑만 해야 되겠다."
"은애는 어디로 갔을까?"
"어딘가로 가겠지."
"그치? 좋은데 갔을 거야. 갑자기 지훈 씨도 생각나네."
"전화해봐."
"아니.. 그건 아니고.. 몰라."
"술이나 마셔. 그럼 잊힐 거야."
"그래. 마시자 마셔."
"안주는 왜 이렇게 안 나와."
"나오겠지. 나 그거 보내볼래. 타임엽서."
"타임엽서? 그게 뭐야?"
"소포 보낼 것이 있어서 우체국에 간 적이 있었는데 1년, 3년, 10년 뒤에 보내는 그런 엽서가 있더라고."
"별게 다 있네. 누구한테 보내려고?"
"하나는 은애에게 하나는 지훈 씨에게."
"은애는 죽었다며?"
"나한테 보내려고. 3년 뒤에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해서."
To. 은애
누군가 사람을 보내주는 존재가 있다면 정말 고마워했을 거 같아. 은애가 내 친구라서가 아니라 내 친구가 은애라는 사실이 참 좋았어. 올해도, 내년도, 내후년도 우리 행복했으면 좋을 텐데.. 참 아쉽다 그치? 나도 내 삶을 살아가느라 힘들어서 너한테 내 욕심도 부리고 이기적이기도 했었지만 네가 좋았어. 이제는 같이 갈 수는 없고 다시 만날 수도 없지만 너 만나서 행복하고 가슴 따뜻했어. 그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것이 너무 맘 아프지만 내 친구로 있어줘서 고맙고 내 친구였기에 행복했어... 사랑해..
To. 지훈
지금 이 주소로 보내면 오빠가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보낼래
혹시 결혼했다면 읽지 않고 찢어버려도 좋아. 오빠랑 그런 일 있을 때 내 친한 친구 은애가 죽었어. 내가 한 것은 아니지만 내 잘못 같기도 하고 그러네. 이 편지 쓴 거 지금이 아니라 3년 전이야. 처음에 오빠를 정말 사랑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 힘든 것만 말한 거 같아. 미안한데 나 전에 벌여놓은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거든. 그래서 오빠한테 기댔던 것 같아. 그런데 더 이상 기대는 것이 미안해지더라고. 오빠는 정말 기분이 나쁘겠지만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어. 어차피 다 지난 일이잖아. 오빠가 나한테 그랬을 때 너무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오빠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튼 잘 살고 있지?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어 사랑했었어.
Ps. 오빠랑 해져가는 광목항에서 껴안고 있을 때 정말 편안하고 따뜻했어.
도준
"역학조사 결과 나왔대?"
"아직 모르겠대요."
"무슨 좀비도 아니고 좀비는 물기나 하지. 전염성은 있대?"
"그것도 확인이 안되는데요. 우선 모두 격리조치는 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 전에 다니던 회사나 만나는 사람들 모두 조사해봐. 연관성 있을지도 모르니까."
"예 확인해볼게요."
5톤 트럭을 몰던 남자는 갑자기 편도 1차로의 좁은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좋은 도로였지만 불법 주정차된 차량도 적지 않았고 좁은 인도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운전했다. 승용차며 SUV, 오토바이 등이 옆으로 튕겨져 나갔고 보도를 걷던 사람들의 비명이 여기 저기서 터져나왔다. 유머차를 끌고 있던 여성은 겨우 피했고 트럭은 20여 미터를 계속 가다가 소화전과 상가를 들이박으면서 운전자가 앞유리창을 뚫고 나오면서 겨우 멈췄다.
두 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채 온몸이 묶여 침대에 묶여 있는 남자는 신경안정제가 떨어졌는지 조금씩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김수찬 씨.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몰라 씨발 이거나 풀어."
"당신은 5명에게 상해를 입혔고 1명을 살인한 중죄로 기소될 거예요. 왜 그런 거예요?"
"미친년 이거나 풀라니까."
"자꾸 이러면 당신한테 불리해져요."
"불리하던 말던 이거 풀라니까. 너 같은 년은 내가 바로 죽여줄 테니까."
"경찰 협박에 특수공무집행 방해까지 추가됩니다."
"다 추가해.. 어차피 난 이게 좋아. 죽이는 것이 가장 좋아. 재미있어."
"피해자들과 일면식은 있긴 있었어요?"
"몰라.. 내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대화가 안 통하는 놈이구만."
김수찬이라는 사람의 여자친구라는 수희라는 사람이 면회하길 원했지만 허락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계속 병실 복도에서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저 여자가 김수찬 여자친구라고요?"
"예 자신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만 보게 해 달라고 하면서."
"예 알았어요. 제가 이야기해볼게요."
"수희 씨?"
"예 전데요."
"아 전 광수대 민 경위입니다. 이번 사건 조사를 맡고 있고요. 어떻게 된지 알아요?"
"오빠는 괜찮아요?"
"예.. 머 생명에는 지장이 없긴 하지만 아마 오랫동안 보기는 힘들 겁니다."
"제가 말해보면 안될까요?"
"힘듭니다. 우선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있고요. 불리한 말만 반복하고 있네요. 참 저 사람 범죄 이력을 보니 별다른 것이 없었는데 원래 폭력적이었나요?"
"아니요. 그랬던 적은 없어요. 웬만하면 다른 사람하고 싸우려고 하지도 않았고요."
"그럼 무슨 약 같은 거 복용하는 거 있나요?"
"특별하게 약 같은 건 먹지 않았는데.. 아참 무슨 알바를 했는데 거기서 약을 받아서 먹었다고는 했어요."
"알바해서 약을 먹어요?"
"있잖아요. 그런 거 아직 제품은 나오지 않았는데 실험하는 거."
"아~~ 임상실험."
"혹시 그 회사 이름 알아요?"
"모르겠어요. 오빠가 말을 안 해줘서."
"미친놈 만드는 약은 아닐 테고.. 아무튼 조사해볼게요."
"사실이 밝혀지면 혹시 풀려날 수도 있는 거예요?"
"그건 쉽지 않을 텐데.. 우선 조사해보고요. 말씀드릴게요. 제 명함입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예. 제 전화번호는 필요 없나요?"
"말해주세요."
"010-2323-1114 에요."
"기억하기 좋네요. 그래요.. 다음에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