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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완전히 혼자 된 시간이 얼마만인가? 갑자기 철학자가 된 느낌이다. 나도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권을 읽으려고 노력은 한다. 인생에 사춘기가 있듯이 독서에도 사춘기가 있다. 그 사춘기를 넘어서지 못한 성인은 책 읽기 자체를 싫어한다. 독서에 대한 머리 수준이 성인 수준으로 자라지 않으면 독서는 절대 해결하고 싶지 않은 그런 문제로 자리 잡는다. 와~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멋진 표현이다.
"저기다!"
"깜짝이야."
"10년 전에 저기 간 적 있는데."
"좀 생각 좀 하게 두면 안돼요? 갑자기 끼어들어요."
"머 대단한 생각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무튼 중요한 생각 중이었다면 미안해요."
"저기가 어딘데요?"
"바람의 언덕이요."
"언덕에 올라가면 모두 바람이 불지 유별나게 바람의 언덕은."
"용팔이 안 봤어요?"
"예 안 봤어요. 관심도 없고요."
"거기서 김태희랑 주원이 바람의 언덕에서 키스하잖아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거기가 아니라고."
"머 그렇긴 하죠. 대관령이래요."
"경치는 좋긴 하네요. 거제도라 조금 느낌이 다르긴 하네요."
"거제도 좋죠. 저도 10년 전에 와보고 지금 처음 와봐요. 그런데 잠잘 곳은 정했어요?"
"몰라요. 가보면 나오겠죠."
"거제도에 예쁜 펜션 많거든요."
"참견하고 싶으면 저녁 먹을 곳이나 소개해줘요."
"거제도 왔으면 회나 해산물 먹어야죠."
"그러니까 어디를 가서 먹냐고요."
"몰라요. 스마트폰 있잖아요. 검색해보세요."
"참 도움 안된다."
수경
매일이 똑같은 일상이다. 지겹지만 그냥 굴러가니까 살아간다. 점차 은애가 죽었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한다. 그나마 주변에 있는 친구 중에서 내 속내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는데 이제 그런 친구가 세상에 없다는 것이 허전하게 느껴진다. 은애를 죽였다는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런 거야.
"오빠 오래간만이네"
"조금 바빴어. 수경이는 더 예뻐졌네."
"나 원래 예쁘잖아."
"그래 참 예쁘다.. 예뻐."
"저녁 먹었어?"
"응 먹었지."
"뭐 먹었는데?"
"소갈비"
"맛있겠다. 나도 소갈비 먹을 줄 아는데."
"나중에 한 번 먹자."
"응 꼭 먹는 거야."
"당연하지."
"오늘 뉴스 봤는데 태능에서 정신병자들이 나왔다며?"
"그러게 보는 대로 사람들을 공격했다던데."
"세상에 미친 사람 투성이야. 정상인 사람들이 없어."
정상? 정상이라는 기준이 무엇일까? 모두 자기 편한 방법으로 정상을 정의하는 거 아닌가. 가게문이 열리며 처음 보는 남자가 들어온다. 무표정한 건가? 어두운 것도 밝은 분위기도 아닌 묘한 분위기의 남자다.
"어세오세요."
"예"
"뭐 드시겠어요? 메뉴판 드릴까요?"
"예 메뉴판 주세요."
"보시고 불러주세요."
"그럴게요."
처음 보는 남자인데 분위기가 묘하다. 이 업종에서 일해서 대부분 보면 직업이나 그 사람의 성격이 유추가 되는데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오빠는 뭐 마실 거야?"
"난 글렌리벳 12년 산"
"과일?"
"응 그걸로 줘."
"음료는 실론티 주면 되지?"
"그래"
"여기요."
"예 뭐 드릴 까요?"
"칵테일 돼요?"
"예 되긴 한데 몇 가지 안돼요."
"저기보 이는 술 글렌터렛맞죠?"
"글렌터렛을 어떻게 아세요?"
"술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냥 알고 있어요."
"저 술 아는 사람 많지 않은데."
"글렌터렛 1 온즈정도 넣고 러스티 네로 만들어주세요."
"예 그렇게 만들어 드릴게요."
"그런데 이름이 뭐예요?"
"저요? 은정이요."
"가명 말고 진짜 이름 말해주면 안돼요?"
"왜요? 알고 싶어요?"
"예 알고 싶어요."
"수경이에요."
"아 당신이 수경이구나."
"절 아세요?"
"아니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서요."
"그런데 글렌터렛을 어떻게 아세요?"
"아~그거요. 심심하면 기네스북 보는데요. 글렌터렛 증류소에서 보리를 지키기 위해 키우던 타우저라는 고양이가 평생 28,899마리의 쥐를 잡아서 기네스북에 올랐거든요. 그때부터 그 술이 좋아졌어요."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