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된 살인 Part 21

위험

지훈


쇠파이프를 들고 좁은 창문을 통과해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간신히 몸을 집어넣었는데 문득 드는 생각 '그냥 공중전화같은걸로 신고하면 되잖아? 안에서 문을 잠구었다고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짓이야.'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몸을 뒤로 빼려고 했으나 벌써 옷이 말려들어가서 뒤로 빼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어쩔수 없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열고 나오는거야. 은애가 머라고 떠들겠지만 산사람은 살아야지 나도 같이 죽을필요는 없으니까.


"아~" 몸이 다 빠지는 순간 쌓아놓은 헝겁위로 뒤집힌채 떨어졌다.

"괜찮아요?"

"잘 보이지도 않네. 잠시만요. 근데 2층에는 희미한 불빛이 나오는거 같아요."

"그러게요. 뭘로 가려놓은것 같은데요."

"어디가는거에요?"

"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짓이에요. 우선 문열고 몰래 나가서 신고하고 다시 오려구요."

"그사이 수경이가 죽으면요."

"그럴리가 없을거에요. 그리고 그건 자기 팔자죠."

"무책임해요."

"아무튼 난 저기로..."


갑자기 희미한 쇳소리가 들리더니 문에서 철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전에 흘린 쇠파이프를 쥐고 박스 뒤쪽으로 숨었다.


"저쪽 맞죠?"

"예 저기로 들어왔으니까 저기 어디쯤 숨어 있겠네요"


누구지? 저 사람들은 대체 뭐야. 이 여자 말을 듣는게 아니었어. 일이 풀리기는 커녕 꼬이잖아. 갑자기 은애가 소리죽여 귀에다가 이야기한다.


"형사에요."

"무슨?"

"제 사건 조사하던 형사요."

"그럼 안되잖아요."

"그러게요. 지훈씨 어떻게 해요."

"날 어떻게 보겠어요. 이 외진 창고에 창문으로 들어오고 게다가 그여자는 안좋게 헤어진 전 여자친구라면 누구라도 의심하죠."

"내가 말해주면 좋을텐데."

"그게 말이!" 갑자기 목소리가 밖으로 나왔다.

"거기 밖으로 나와."

"손들고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면 총 맞을일 없어." 총? 내가 흉악범인가?

"저 범인 아니에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온거지?"

"아 그게 바깥이 춥기도 하고 잘 곳도 없어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하고 빨리 손들고 나와."

"그걸 변명이라고 해요?"

"그럼 뭐라고 해요? 내가 수경이 남자친구인데 혹시 몰라서 구하러 왔다? 여긴 어떻게 알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는거 보니 공범도 있는 모양이군."

"아니 공범이 아니고 그게 제가 혼잣말을 좀 잘해요."

"미친놈 아냐? 이상황에서 혼잣말을 해?" 이때 진형사가 몰래 뒤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훈씨 다른 사람이 저 뒤로 돌아와요."

"미치겠다."

"어차피 여기서 잡히면 범인으로 의심받을 거에요."

"그럼 어떻게 하라구요."

"상황봐서 2층으로 올라가요. 저 기둥있죠. 기둥뒤로 돌아서 올라가면 총 안맞고 올라갈 수 있어요."

"총 안맞는다구요? 확실해요? 그냥 손들고 나가서 붙잡히는것이 낫지 않을까요?"

"시간 없어요. 그리고 지금 이 소리를 2층에서 들었다면 수경이를 살해하고 비상구같은곳으로 도망가면 어떻게 할래요?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릴텐데."

"무사히 나가기만 하면 내가 장례식에 가서 깽판 놓을거야."


오른손에 쇠파이르를 쥐고 박스 아래를 돌아 기둥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박형사가 쏜 총알이 기둥을 맞고 비켜나갔다. 그 사이 지훈은 정신없이 철제계단을 뛰어 올라가 2층 복도에 들어섰다. 창문은 대부분 나무등으로 가려져 있었고 복도는 불이 켜지지 않은 상태여서 어두컴컴했다. 묘한 살기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오싹한 느낌과 함께 축축한 습기의 공기가 그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순간 검은 물체가 튀어나오더니 지훈의 왼쪽팔을 칼로 그었다. 지훈의 외마디 비명이 2층에 울려퍼졌다.


어긋남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미묘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 창고로 오는 것이 조금 찜찜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빨리 해치우고 떠나면 그만이었다. 나만의 의식을 치루는 시간이 더디게 감이 느껴졌다. 빨리 이 여자를 해치우고 2층에 난 뒷문으로 사라지는것이 가장 최선일 듯 하다. 그여자에게 다가가서 갈비뼈 밑에 칼을 대고 넣으련느 순간 1층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 사람이 올일이 없는데 누구지? CCTV로 1층의 상황을 확인해보니 남자 한명이 박스뒤에 숨어 있었고 여자와 남자 한명이 총을 들고 그 사람에게 설득하는듯 보였다. 다른 남자 한 명은 뒤로 돌아 그 남자에게 접근하고 있었는데 쇠파이프를 들고 있던 그 남자는 누구랑 이야기하고 있는것 같은데 상대는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뛰기 시작하던 남자는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칼을 들고 나간 남자는 조용히 복도로 나갔다.


"아악" 외마디 비명을 지른 사내는 허겁지겁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서 숨기 시작했다. 불빛이 약하게 나마 있어서 그런지 그가 흘린 핏자국이 눈에 어렴풋이 보였다.

"숨지마 아래에서 찾고 있는 사람이 당신인것 같은데"


아래에서 사람들이 올라는 소리가 들린다. 조심스럽게 위로 올라오는듯 하다. 칼을든 남자는 어둠속으로 몸을 숨긴다.


도준


"진형사 어떻게 된거야?"

"2층으로 올라갔어요."

"여기에 피해자가 있다고 봐야겠지?"

"모르겠어요. 2층 올라가봐야겠는데요."

"공범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서 올라가. 내가 뒤에서 봐줄게."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약간의 빛이 있긴 했으나 여전히 어두웠다. 주변에 스위치가 있나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손전등에 의존해서 조금씩 나아갔다. 진형사가 앞에 가고 박형사가 가서 어께를 치면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수색했다. 이때 1층으로 들어오는 검은색 옷을 입은 3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지훈


정신없이 안쪽으로 들어온것 같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방향감각도 무뎌진 느낌이다. 5미터쯤 떨어진곳에 은빛 테이블같은것이 눈에 띄였다. 자세히 보니 수술대 같기도 하고 누군가 위에 누어 있었다.


"수경이에요."

"주변에 그 살인범 없어요?"

"예 지금 형사가 올라오는 쪽에 있는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보니 수경이 눈이 나를 쳐다보는것 같았다.


"마취된 것 같은데요?"

"우선 저 팔에 꽂힌 정맥마취제를 빼요. 아니다. 마취해독을 해야 하니까 놔둬요."

"그럼 어떻게 하라구요."

"우선 저 마취제가 나오는 병의 입구를 막아요. 돌리면 되요. "

"예 그런 다음에요."

"해독제를 찾아야 하는데 저거 한번 봐봐요."

"이거요? 아니요. 그건 근이완제에요. 정상인이 그거 맞으면 3분안에 죽을거에요. 아마 우리가 조금만 늦게 들어왔어도 저걸로 죽였을지 몰라요."

"빨리 말해요. 그 미친 싸이코가 들어오기전에."

"주사기 들어서요. 저 바로 앞에 흰병있죠? 브리디온이라고 영어로 씌여져 있는거요. 그거 넣어봐요."

"브리디온이요? 이건가요? 이게 깨우는거에요?"

"원래는 아넥세이트를 쓰는데 그게 없는 것 같으니까요. 저건 근이완 역전제인데 해독이 되는지는 해봐야 알아요."

"그런데 이런걸 다 어떻게 알아요?"
"물어보지 말고 해봐요."


교통사고 당했을 때 링겔 맞았을때도 바늘을 스스로 빼본적이 없었는데 병원 의사도 아니고 이런건 또 처음해보는 것 같다. 은애가 시키는대로 겨우 했는데 별 변화가 없어 보인다.


"제대로 한거 맞아요?"

"이게 무슨 마약인줄 알아요?"

"조금만 기다려봐요."


이때 소리가 들려온다. 어쩔수 없이 허리를 숙이고 돌아서 진열장 뒤로 숨었다. 지훈의 손에는 다른 주사기 하나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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