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
살의
진형사가 총을 꺼내 들고 조심스럽게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민 경위와 박형사 역시 2미터쯤 뒤에서 엄호하며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가려고 할 때 뒤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벽에 붙은 박형사와 민 경위는 총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총을 쏘았다. 다른 사람의 개입으로 인해 진형사와 박형사 일행은 떨어지게 되었고 진형 사는 총소리가 난 방향으로 가는 순간 허벅지 뒤쪽의 예리하면서도 둔탁한 그런 충격이 전해져 왔다. 그 방향으로 여러 발 총을 발사했으나 상대방이 맞았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젠장" 진형사의 허벅지에서 피가 솟구치듯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렀을 때 "박형사님. 저 칼 맞았어요." 쥐어짜는듯한 목소리로 진형사가 박형사를 불렀다. "심각해?"
"아무래도 대동맥이 잘린 것 같은데요."
"우선 위쪽을 단단히 묶어놔. 그냥 놔두면 금방 혈압이 떨어져서 심혈성 쇼크사가 올 수도 있으니까."
"잘 안돼요. 그놈이 언제 올지도 모르고."
그 형사는 가만히 두어도 얼마 가지 못해 과다 출혈로 죽을 것이다. 아무래도 먼저 그 여자를 해치우고 빠져나가야 할 듯하다. 조심스럽게 허리를 낮추고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있어야 할 여자가 없어졌다. 어떻게 된 거지? 아직 움직일 수 없을 텐데... 아까 그놈인가? 그 놈이 여자를 데리고 나간 건가? 그러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걸리적거려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근처에 그 남자와 여자가 있다.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한다. 오늘 몇 명이나 죽여야 하는 거야. 머야 팔이 쑤시는데. 보니 아까 전에 진형사가 쏜 총알 중에 한 발이 왼팔에 맞은 듯하다.
수경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경계가 모호한 정신상태에서 불쑥 아는 얼굴이 나를 쳐다보았다. 저 얼굴은 지훈오빠? 설마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려고. 내가 지금 죽어가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얼굴이 지훈오빠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을 흔들고 얼굴을 몇 번 치는가 싶더니 혼자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주사기에 넣더니 나 팔에 연결된 줄에 약을 넣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소리가 나자 저쪽으로 가버렸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온몸이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는데 갑자기 의식뿐만이 아니라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신히 팔에 있는 주사기를 뽑았을 때 밖에서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온몸을 겨우 움직여 테이블 밖으로 움직이자 몸이 털썩하며 아래로 떨어졌다. 고통스럽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겨우 움직여서 안쪽의 틈새로 몸을 숨긴다.
지훈
총소리가 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엎드렸다. 군대에서 해보고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낮은 포복의 효율성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안에는 미친 사이코가 있고 밖에는 총을 가진 형사들이 있다. 우선은 양쪽 다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형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도 전에 총을 맞을 것 같고 미친 사이코는 그냥 말없이 칼로 찌를 것 같다.
"내가 빠져나가게 해줄게요. 수경이는 무사히 몸을 숨긴 거 같아요."
"이게 무사해 보여요?"
"나처럼 죽은 게 아니라 아직 살아있잖아요."
"정말 안심되는 말이네요."
"아까 칼에 베인 상처는 어때요?"
"압박붕대로 감아서 그런지 피는 멈춘 거 같아요."
"안 좋은 소식 하나랑 좋은 소식 하나 있는데 뭐 먼저 들을래요?"
"영화 찍어요? 좋은 소식이 뭔데요."
"여기서 나가서 저쪽 끝 방으로 가면 창문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사다리가 있다는 거예요."
"안 좋은 소식은요."
"그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3명이 더 들어와서 형사들과 총격전을 벌였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살아남을 확률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아니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 같아서."
"여기서 나갈 수도 없는데 저 끝까지 어떻게 가요. 그리고 이제 와서 수경이를 놔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건 그렇네요. 아 방법이 하나 있어요."
"뭔데요."
"여기 지금 어둡잖아요. 그래서 손전등 같은 걸로 서로를 확인하는 거고."
"예 그런데요."
"여기 전부를 밝힐 수 있는 주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그 스위치를 켜서 서로 얼굴을 몰랐으니 확인하고 인사 좀 시키자 머 그거예요?"
"아~ 그게 아니고요. 우선 지금 상황에서 언제까지 가게 될지 모르잖아요. 지훈 씨랑 수경이가 살 확률이 큰 것은 우선 이 사람들 서로의 상황을 확인시켜주는 거죠. 그럼 어떤 쪽으로 든 결판나겠죠. 그 사이에 빠져나갈 수도 있는 거고."
"만약 형사들이 모두 죽고 저 이상한 놈들이랑 미친 사이코만 남으면요."
"그러니까 제가 켜라고 할 때 키면 돼요. 상황이 형사들에게 유리할 때 말해줄 테니까."
"미친 소리 같지만 어떻게든 결말은 보겠네요. 알았어요."
"그리고요. 수경이가 살아야 지훈 씨 결백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여기 안 왔으면 증명할 필요도 없었어요."
"지난 일은 말해봐야 뭐해요. 빨리 움직여요."
엎드려서 가만히 있다가 불을 켜지 않은 채 은애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리 나지 않게 움직이려다 보니 좀처럼 빨리 나아가지는 못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은애가 눈이 돼준 덕분에 들키지는 않았다.
"그런데 수경이는 안전한 곳에 숨었어요?"
은애가 나를 보며 입에다 자신의 손을 가져다댔다. 멈춰서 들어보니 지척거리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왜 죽어서도 수경이를 구하려고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