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된 살인 Part 23

도망

남자는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자 한 명, 내 칼에 찔린 형사 한 명, 정체모를 놈 한 명, 밖에는 적어도 3명 이상이 있는 것 같다. 한꺼번에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의아했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을 예측 못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밖에 있는 놈들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빛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곳 구조를 잘아는 나보다 유리한 사람은 없다. "진형사 괜찮아?" 도준이 조용하게 물어본다. 서로 위치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총을 쏘는 것은 총알 낭비일 뿐이다.


민 경위가 수신호로 손바닥을 들어 아래로 향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손가락 두개를 펴서 자신의 눈을 가리킨 후 앞쪽을 향했다. 도준은 조용하게 문 안쪽으로 허리를 낮추고 들어가서 진형사 옆에 까지 갔다. 피가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만 있으면 쇼크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재빨리 옷을 찢은 다음 허벅지 위쪽을 세게 묶어 주었다.


"여기서 어디로 가요?"

"바로 앞에 살인범이 있어요. 조용히."


남자는 허리만 조금 굽힌 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안쪽의 빈 공간에 몸을 숨긴 지훈은 조용히 무기로 삼을만한 것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옆에 잡힌 것은 스탠으로 만들어진 컵 하나였다. 조심스럽게 그 컵을 최대한 먼 곳에 집어던졌는데 팽평하면서 고요하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깨지면서 도준이의 권총에서 컵이 떨어진 방향 쪽으로 총알이 발사되었고 밖에서도 일행이 쏜 총이 유리창을 깨고 남자의 어깨를 스쳤다. 그 순간 나온 지훈은 엎드린 채 정신없이 앞쪽으로 기어갔다.


"잠시만요. 그쪽으로 가면 형사 만나요."

"그럼 어디 쪽으로?"

"여기서 우측에 책상이 있는데요. 그쪽으로 돌아가야 해요."

"지금?"

"예 지금이요."


수경이를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죽지 않기 위해서 은애의 말을 무조건 들을 수밖에 없었다. 피는 멈췄지만 칼을 맞은 어깨는 여전히 욱신거렸다. 아드레날린이 나오는지 고통은 견딜만한 것 같다. 어쨌든 가만히 있다가는 피 말려 죽을 듯했다.


어깨에 총알이 스친 남자는 반사적으로 작은 칼을 허리춤에서 뽑아서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집어 던졌다. 칼은 총을 쏜 남자의 왼팔을 명중시켰다. "그놈인가?"


"만만치 않은 놈이라고 하더니 맞는 거 같군."

"그런데 저 놈들은 또 뭐야?"

"여자 한 명과 저 놈만 처리하기로 했잖아."

"변수는 있는 거잖아. 그런데 저 놈들 형사 같아."

"얼핏 보니 여자도 한 명 있는 것 같았어."


총소리가 또 들렸다. 지훈 씨는 괜찮은 건가? 섣불리 나갈 수도 없지만 아까보다 몸상태는 많이 괜찮아진 것 같다. 아직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제정상을 찾은 느낌이 든다. 껌껌하게 어두운 이 상황이 너무 공포스럽지만 아까 그 남자와 둘이 있을 때보다는 훨씬 낫다.


지훈은 겨우 스위치를 올릴 수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신호에 따라 스위치를 올리라는 은애의 당부 때문에 아직 올리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놈이 오면 어떻게 하지? 그놈은 이 스위치가 있는 곳을 알잖아.


검은 옷 일행 중 한 명은 아까 깨진 창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 남자와 진형사, 도준과는 장애물 없이 서로를 10미터쯤 두고 마주 보고 있었고 천천히 접근해오던 일행 두 명은 민 경위와 불과 7미터쯤을 남겨두고 작은 엄폐물을 두고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칼을 들고 있던 남자는 태풍이 불기 전의 팽팽한 긴장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조만간 이 상황이 빠르게 정리될 것 같은 느낌이다. 뭐지 이 기분은?


"지금이에요." 은애가 지훈의 귀에다가 소리쳤다.

지훈은 순간적으로 스위치를 올렸는데 갑자기 밝아진 상황에 눈이 적응을 못하면서 잠시 눈이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서로의 상황을 인지 했지만 이어 명순응 하지 못한 2~3초 동안 서로에게 멈칫했다. 그나마 빠르게 적응한 사이코는 안쪽으로 들어온 검은 옷의 남자에게 칼을 던졌고 칼은 남자의 오른발의 허벅지에 꽂혔다. 진형 사는 그 남자에게 총을 쏘았으나 피를 너무 흘린 나머지 남자를 맞추지 못했고 대신 그 남자의 총알이 진형사의 오른쪽 폐에 명중했다. 이어 도준이의 총알이 그 남자의 머리를 맞추었다.


민 경위는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복부에 먼저 총을 쏜다음 이어 총을 쏘며 달려온 일행에게 총을 쏘려고 했으나 총알이 떨어져버렸다. 발목에서 칼을 빼냈으나 이미 그 남자의 총이 민 경위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상태였다. 도준은 문을 열며 그 남자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 넣는 순간 오른쪽 어깨에 칼이 쑤셔 박히면서 총을 떨어트렸다.


민 경위는 도준 옆으로 구르면서 들어가 칼을 던진 남자에게 빠르게 나아갔다.



매거진의 이전글해석된 살인 Part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