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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8. 2015

삶은 고통이며 방황

나이트 오브 컴스

브런치 특별시사회로 만나게 된 영화 나이트 오브 컵스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고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계속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테렌스 멜릭 감독은 영상에 철학을 녹여서 인간세상의 또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감상할 때 있어서 시간적인 순서나 의미를 너무 부여하게 되면 영화가 보여주는 영상미와 주인공이 겪는 사유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성공한 작가 릭은 누구나 바라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적인 여유와 유명세는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만들어주지만 채우지 못한 공허함은 릭의 깊은 곳을 후벼 파기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처럼 릭은 최고 위치에 올라 컵을 쥐었지만 방황은 멈추어지지 않는다. 형의 성공한 모습을 갈망하는 동생과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관계 형성이 중간중간에 그려지는데 릭의 공허한 표정에서 인생의 허탈함과 또 다른 고통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무미건조한 그의 삶에서 막내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이 찾으려고 했던 그 의미를 찾으려 시도한다. 인생은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자신도 모르는 열망의 존재를 찾으려 끝없는 방황의 길에 올라선다. 


나이트 오브 컵스는 크리스천 베일, 케이트 블란쳇, 나탈리  포트만뿐만이 아니라 이사벨 루카스, 테레사 팔머, 안토니오 반데라스, 제이슨 클락 등 적지 않은 배우들이 카메오로 나오는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영화다.


 여자에게서 진주를 찾으려고 했던 릭은 여러 여성을 만나지만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다. 지적이며 현명한 아내였던 케이트 블란쳇, 자유로우면서 사랑스러운 여자 이사벨 루카스, 몽환적인 여자 테레사 팔머, 아픔을 가진 여자 나탈리 포트만까지  그 누구도 해답을 주지 못한다. 


타로카드 중 아홉 장의 카드를 주제로 잡아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인생을 표현했다. 컵의 기사는 몽상가이며 현실감이 다소 떨어지고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릭의 초반부를 상징한다. 해답을 찾기 위해 은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부활이라는 빛을 엿보게 된다. 마지막에는 상실에서 회복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영화는 별다른 말이 없이 바다와 광활한 자연을 보여주며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는 듯이 철학적인 대사나 자막만 스크린에 뿌려준다. 



영화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점을 보는 사람도 있고 점을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고민을 하고 살아간다. 제시된 9장의 타로카드처럼 인생을 구분하기는 힘들겠지만 The Moon(달 : 불안, 비밀, 고통), The Hanged Man(매달린 남자 : 인내, 희생, 시련), The Hermit(은둔자 : 진리, 조언, 고독), Judgment(심판 : 부활, 승리, 결과), The Tower(탑 : 비탄, 재난, 불명예, 전락), The Sun(태양 : 행복, 빛, 승리), The High Priestess(여교황 : 신비, 지혜, 침착), Death(죽음 : 격변, 파멸, 새로운 시작), Freedom(자유 : 도전, 도약, 미래에의 희망)에는 인생이 축약되어 있다. 



인간의 기본 욕망에 충실한 살이든, 잡히지 않는 그런 꿈을 잡으려는 삶이든, 무미건조하게 기계처럼 살아가던 삶 이든 간에 모두 삶의 일종이며 길고도 짧은 인생의 여정에 겪어야 하는 일들이다.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광활한 사막에 혼자 떨어져 있기도 한다. 빛을 발견하고 걸어갔는데 한치 앞을 볼 수 있는 어둠을 만나기도 한다. 영혼이 충만한 삶은 경제적으로 충만한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나이트 오브 컵스는 상당히 난해한 영화는 아니지만 대중적인 영화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삶은 가치롭고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이트 오브 컵스는 11월 12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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