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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천공원

물은 흐르고 꽃은 피었다.

있는 것이 유용해지는 것은 비어있기에 사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찻잔이기에 그 안에 무언가가 담길 수 있고 고요하였기에 지혜가 생겨난다. 무조건 바쁘게 산다고 해서 쓰임새가 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집과 욕심이 가득하면 고요할 틈이 없고 앞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날 틈이 없다. 생극면에 자리한 응천공원은 벚꽃이 피는 길로 유명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가도 분홍색의 꽃이 천변을 장식하고 있어서 봄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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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笙洞)의 ‘생(笙)’자와 무극(無極)의 ‘극(極)’자를 따서 생극면이라 부르는 곳에는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에서 발원하여 감곡면의 청미천에 합류하는 하천인 응천이 흐르고 있다. 응천을 지역 사람들은 일명 수리내라고도 하는 데 수리내를 한자로 표기하면 응천이 된다. 즉 수리는 매를 의미하니 매응(鷹)에 내천(川 )이 합쳐져서 응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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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천이 흐르는 양쪽으로는 언덕이 있다. 언덕이 없다면 물은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천이라는 한자를 보면 물길이 세 개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강이 흐르는 형상으로, 양변은 언덕이고 가운데는 흐르는 물이다. 대개 물줄기 세 개가 흐르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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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천의 지류인 응천은 소속리산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직류 하면서 하곡 평야를 형성하는데 응천의 길이는 18.0㎞이며, 유역 면적은 103.66㎢이다. 물이 흐르려면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람 역시 같이 흘러가기 위해서는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바라보며 언덕 역할을 해주면서 같이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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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천공원에 한편에는 이렇게 나무를 올라가고 있는 등나무가 있어서 유심히 바라보았다. 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어서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끝까지 30~40센티미터 총상화서로 피는 꽃은 지름 2센티미터 연보랏빛으로 핀다. 나무와 풀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숲의 공생 원리를 지키지 않는 나무가 등나무다. 등나무는 살기 위해 다른 나무줄기를 칭칭 감고 올라간다. 누군가와의 갈등을 일으킨다에서 등은 바로 등나무를 지칭한다. 갈등(葛藤)에서 갈(葛)은 칡으로 왼쪽으로 감아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고 등(藤)은 오른쪽으로 감아서 올라가려고 한다. 이들이 만나면 서로 먼저 감고 올라가려고 해서 생긴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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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천공원에서 조금 더 걸어서 내려오면 빨간색의 흔들 다리가 나온다. 위에 올라서면 약간 흔들림을 느껴볼 수 있다. 이곳에는 삼 형제 희망탑도 있다. 케이블을 이용한 현수교 방식으로 연장 101.5m, 주탑 11.7m 높이의 다리로 이곳에서 보면 응천 제방에 식재된 수백 그루의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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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고 꽃은 피어 있는 고요한 이곳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매의 형상을 닮아서 수리내라고 불렸는지는 모르지만 응천이 자리한 생극의 생(笙)은 땅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황실에서 사용한 우리의 악기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희망동산이 되기 위해서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언덕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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