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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6. 2015

검은 사제들

한국식 상업영화의 가능성이란. 

검은 사제들이라는 영화의  첫인상은 한국식 엑소시스트인가? 한국은 사제가 등장하는 엑소시스트 영화에 인색했었다. 한국 고유의 정서는 귀신이나 혼에 더 친숙하지 현실적인 악마를 다룬 엑소시즘에 낯설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사제복을 입고 등장한 강동원은 과연 악령이 깃든 소녀를 어떻게 구해낼 것이냐가 궁금했을 것이다. 

                                 

한국 관객들은 주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영화에 좋은 평가를 주는 경향이 있다. 즉 소재가 독특해서 소수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든다면 실패할 확률이 커지게 된다. 즉 실험정신 + 독특함 + 개연성 + 배우의 연기력 + 재미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스크린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다.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박소담).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김윤석)는 모두의 반대와 의심 속, 소녀를 구하기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준비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가운데 신학생인 ‘최 부제’(강동원)가 선택되고, 그는 ‘김신부’를 돕는 동시에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게 된다. 


                            

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예식은 이미 할리우드 영화에서 적지 않게 접해본 경험이 있다. 상업적인 영화로 악령을 몰아내는 프리랜서로 잘 그려진 것은 바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이다. 후속 편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아직도 안 나오는 영화 콘스탄틴은 미드로 만들어졌다가 쫄딱 망한 바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 서울, 한 소녀의  몸속에 숨어있는 그 존재는 어떠한 놈인지 알 수가 없다.   그놈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단 하루뿐으로 바로 오늘이다.  독특한 소재를 살린 것은 노련한 김윤석이나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강동원이 아니라 신인배우인 박소담이다. 남자들의 색깔이 넘쳐나는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거의 유일한 여배우로 자신만의 색깔과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에서 디테일한 공포를 선보여준다. 


나는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성경이나 천주교,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서는 많이 읽어보았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았다. 검은 사제들에서 김신부는 시종일관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다 가련한 소녀에게 가해지는 고통에 대해 눈물을 흘린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신은 사랑하는 이에게 큰 시련과 고통을 준다고 한다. 평범한 인간의 시각으로 본다면 좋은 대학에 합격하게 해 주고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것은 지극히 세속적인 관점이다. 정말로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돈을 믿고 권력과 명예를 믿는 것이다. 그들의 믿음은 순수하지 않다. 차라리 종교의 탈을 쓰지 않는 것이 순수해 보인다. 


인생에서 우리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진다. 종교적인 관점으로 보면 선택을 하고 항상 시험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의 욕망, 증오 같은 것은 항상 같이 가고 있다. 검은 사제들에서 말하는 '12 형상'은 인간이 인간을 믿지 않는 그 틈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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