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이 책을 던져라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백주의 악마는 얼마 전에 읽은 독일 소설과 유사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군사, 문학, 예술 등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특히 추리소설은 셜록 홈즈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의 특징을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에서 흔히 보는 그런 설정을 엿볼 수 있다.
코난과 김전일은 타고난 추리력으로 범인을 잡는데 능력은 있으나 사건을 미연에 막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 볼까 할 살인사건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접하는지 모를 정도로 사건사고를 몰고 다닌다.
아름다운 휴양지인 레더콤 만으로 여가를 즐기려고 간 푸아르는 너무나도 평온한 일상에 잠시 여유를 즐기나 이내 그 평온함은 깨진다. 마셜과 그의 아름다운 부인 알레나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알레나는 본래 끼가 있는 여자다. 끼가 있는 여자들은 자신이 끼를 흘리고 다니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남자들이 붙는다고 말한다. 옆에서 지켜보면 충분히 잘못 행동하고 있는데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알레나는 레드펀이라는 남자를 유혹하면서 그의 부인 크리스틴의 눈밖에 벗어나게 되고 마셜의 딸인 린다 역시 계모인 알레나를 증오한다. 남자를 제외하고 휴양지에는 모두 그녀를 욕하고 증오하는 여자들로 가득 차게 된다. 누가 그녀에게 악의를 가지고 죽인다 한들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긴장감은 점점 높아져간다. 그러던 중 알레나는 해변에서 누군가에게 교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사건 담당이자 오랜 친구인 웨스턴 대령은 푸아르에게 수를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대부분 악의를 가진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철저한 것이 이런 소설의 특징이다. 인과관계가 없이 모인 이 사람들 중 누가 범인이 있을까. 모두에게 용의가 있어 보인다는 사실은 피의자를 지목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살인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동기가 있는 살해범이 있어야 하고 시체가 등장해야 한다. 추리의 끝은 용의자에게 살인 동기가 있지만 알리바이가 있다. 그러나 그 알리바이를 깨고 진짜 범인을 사로잡는 것이 추리소설의 매력이다.
백주의 악마는 1941년에 출판되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가 작가 생활을 시작한 지 22년째에 등장한 작품으로 22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해수욕장의 모래톱, 동굴이 있는 해변, 파도와 장난치는 미남미녀를 연상해보면 제주도가 생각난다.
"햇빛 아래의 어떤 악에든 약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어라 없다면 할 수 없지, 내버려둘 수밖에" - 머더 구스의 노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