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홍보관이 자리하게 되는 성주사지
공간의 변화를 보면 문화가 어떻게 진화하였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지만 이 세상에는 새롭게 생겨나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다. 에너지가 그러하듯이 어떤 물질에서 어떤 물질로 변화하는 것을 볼뿐이고 그 방법을 고안해낼 뿐이다. 영화 타임머신에서 보듯이 시간을 아주 빠르게 돌리게 되면 수많은 문명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만약 보령 성주사지의 중심에서 그렇게 시간을 돌린다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현대문명은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역사관이나 홍보관과 같은 건물을 만드는 것이다. 성주사지에서도 수많은 유물이 발굴되었지만 유물을 만나기 위해서는 주변의 국립박물관까지 발걸음을 했어야 했다. 이곳에 홍보관이 자리하게 되면 그 유물들의 상당수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성주사지의 옆에 자리하게 될 홍보관은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리 104 외 5필지에 만들어지며 올해 여름부터 내년 상반기에 완공이 될 예정이다. 문화 및 집회시설로 철 큰 콘크리트 구조로 지상 1층 규모로 만들어지게 된다.
문화가 전파되면 건축에 반영이 되게 된다. 인도에는 로마의 건축문화가 전달되었으며 다시 불교로 승화되어 이 땅에 전래되었다. 결국 서양 건축문화가 이 땅에 영향을 미친 결과물이 사찰이며 석탑 등이 만들어졌다. 다른 기후와 지리적 조건에서 다르게 발달해 온 두 문화의 결과물은 교통수단이 발달하게 되면서 서서히 서로의 문화를 흡수해 새로운 세대의 문화를 만든다.
빈 공간의 미학이 성주사지의 매력이지만 이곳에도 가을은 충분히 느껴볼 수 있다. 가을색을 느끼게 만들 붉은색과 노란색의 단풍나무가 대비를 이루고 있다.
동양에서 비움은 창조의 시작이다. 동양에서 비움의 의미는 단순히 물질이나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그 이상의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신을 채우기 위해서는 우선 비워야 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기존의 길을 잃어버려야 한다.
불교에서 중요한 인물인 석가모니는 비움의 가르침을 펼쳐서, 마음을 비움으로써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인생의 모든 고난은 무엇인가를 붙잡으려는 데서 시작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동양 문화의 가치체계는 불교의 관점에서 볼 때 '관계'와 '비움'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특정 지을 수 있다.
예정대로 공사가 잘 진행되면 보령 성주사지에는 볼 것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예정대로 공사가 잘 진행된다면 내년 여름에는 홍보관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성주사지는 비움 그 자체이다. 잘 정돈된 비움이랄까. 사찰이 있었던 곳을 의미하는 사지 중 넓은 면적과 잘 정돈된 느낌을 보여주는 충남의 대표 사찰이며 대사찰이었던 곳이다. 성주사(聖住寺)에서 성주라는 한자는 의미가 좋은지 창원의 통일신라의 절터나 음성 보현산 기슭의 고려시대 절터 역시 성주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