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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1. 2016

시장의 잔치국수

사람들의 정이 담긴 음식

현대화된 시장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시장이 좋은 것인가. 어떤 것이 좋다고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다. 과거의 것은 예스러움이 있어서 좋고 주차하기 편하고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은 조금은 편해져서 좋다. 시장에서 사람의 정을 느끼면서 쇼핑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에 있다. 


요즘에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을 가보면 잔치국수가 나오기는 하는데 한쪽 구석에 마치 천덕꾸러기처럼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잔치국수는 그렇게  푸대접받던 음식은 아니었다. 잔칫날이 되어야 먹을 수 있다는 잔치국수의 기원은 약 1,500년 전으로 올라간다. 6세기경 중국 북제의 황제였던 고양이 아들을 낳은 것을 기념해 잔치를 열고 이때 국수를 손님에게 대접했는데 그 이후 잔칫날만 되면 국수를 만들어서 먹었다. 


전국의 어떤 전통시장에 가더라도 공통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음식은 잔치국수이다. 그만큼 대중화되었다. 서민들이 먹는 음식인 잔치국수의 국물은 무와 멸치가 육수의 베이스로 사용이 된다. 여기에 양파, 대파, 다시마 등을 넣어서 깔끔한 맛을 더해준다. 잔치국수에 사용되는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다. 국산밀은 외국산 밀에 비해 생산량도 떨어질뿐더러 부드러움도 덜하다. 국산밀로 만든 국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하얀 면발이 아닌 좀 어두운 느낌이 든다. 

왜 국수를 잔칫날에 먹었을까. 예전에는 국수같이 긴 면발을 뽑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긴 면발은 장수를 상징한다. 만수무강을 상징하기에 왕실이나 양반들이 주로 먹었다. 중국사람들은 잔치국수를 장수면(長壽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쌀도 귀했지만 그보다 더 귀한 것은 밀이었다. 귀한 밀을 곱게 빻아서 반죽으로 만들어 국수를 만드는 것을 고급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왕실에서 조차 잔치국수를 아무 때나 먹을 수 없었다. 밀가루 값이 너무 비싸가 아무 때나 먹을 수 없었으며 10가지 식미 중 면식을 최고로 쳤다. 잔치국수의 육수는 뒤포리와 큰 멸치를 주로 사용하는데 뒤포리는 진한 맛을 내는 반면 기름기가 돌고 멸치는 깔끔하기는 하지만 뒷맛이 조금 심심하다. 그래서 두 가지 재료를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잔치국수는 잔칫날 먹으며 장수를 상징하는 음식이니만큼 시원하고 먹음직스럽게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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